지난 2분기부터 국내 55세부터 64세까지의 중장년층 실업률이 미국 중장년층의 실업률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일 통계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한국의 55∼64세을 기준으로 한 중장년층 실업률은 2.9%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미국의 중장년층 실업률 2.7%보다 0.2%가 높은 수치다. 한국 중장년층 실업률이 미국을 넘어선 것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9년 3분기∼2001년 1분기 이후 17년만에 처음이다.
한국 중장년층 실업률은 2011∼2012년 미국보다 3∼4%포인트 낮았지만 이후 격차가 점차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고, 올해 2분기부터 역전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해 3분기 한국의 중장년층 실업률은 3%로, 미국의 2.9%보다 높게 나타났다.
수치만 놓고 본다면 한국은 미국보다 선진국으로 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통상적으로 여성·노인의 경제활동이 활발하고 노동시장 규모가 큰 선진국일수록 개발도상국 등에 비교해 실업률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 실업률은 경기 상황 외에도 경제활동 참가율 등 노동시장 성숙도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같은 점에 비춰 봤을때 한국의 중장년층의 실업률이 미국보다 높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란 평가다.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중장년층 경제활동인구 비중이 상승과 함께 최근 계속되고 있는 고용난이 겹쳐 전체 실업률까지 높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3분기 기준 국내 전체 실업률은 3.8%로 미국의 3.9%와 큰 차이가 없다.
한국의 중장년층 실업률 악화는 경기 부진 영향으로 수년째 계속되는 고용난이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20만∼30만명 수준이었던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올해 1분기 18만명으로 떨어진 데 이어 2분기 10만1000명, 3분기 1만7000명으로 줄었다.
고령화 영향으로 경제활동 의지가 있는 장년층이 많이 늘어난 점도 실업률 지표를 나쁘게 하는 요인이다. 경제활동인구 대비 실업자 수를 뜻하는 실업률 지표의 속성상 경제활동인구가 빠르게 늘면 실업률이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60세 이상 실업률과 함께 고용률이 상승하고 있는 것이 이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올해 3분기 60세 이상 실업률은 2.3%로 전년 동기 대비 0.1%가 상승했지만 고용률 41.7%도 0.3%가 올랐다. 인구보다 취업자 수가 더 빠르게 늘면서 고용률이 상승했지만, 취업자 수보다 구직활동을 시작한 경제활동인구가 더 빠르게 늘면서 실업자도 늘어난 셈이다. 통계청 측은 "중장년층 실업률 상승은 경기 영향도 있지만,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고 밝혔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