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준화 기자] 어쩌다 '여혐(여성 혐오)' 프레임이 씌워졌을까. 래퍼 산이가 '젠더 혐오'를 조장하는 일부 커뮤니티 사이트를 저격했다가 되려 역풍을 맞고 있다. 바른 소리를 내려다가 오히려 역으로 비난 받고 있는 모양새다.
여기에는 맥락을 짚지 못한 일부 매체들의 편향적인 보도가 한 몫 단단히 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산이는 그중 한 매체인 SBS 뉴스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지난 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SBS의 산이 여혐 프레임… 마녀사냥 적당히 하세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하고 "편집을 정말 악의적으로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곳에 있던 상황은 다 배제한 채 그냥 나를 여혐 래퍼 프레임에 맞추기 위해서 짜깁기를 했다. 모든 사람들이 보는 공중파 뉴스에서 가짜 뉴스를 만들어냈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5일 SBS 뉴스가 최근 진행된 '브랜뉴이어 2018'에서 산이와 일부 관객의 마찰에 관한 보도를 하면서 산이에게 '여혐' 프레임을 씌운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당초 산이는 '여성과 페미니스트를 혐오한다'는 발언 한 일이 없다. 그가 저격하려 했던 것은 '페미니스트'라는 근사한 타이틀 뒤에 숨어 '젠더 혐오'를 조장하는 이들과 이 같은 문제점이 쉼 없이 불거지고 있는 사회현상이었다.
그렇다면 산이는 왜 오해를 받고 있을까.
발단을 살피기 위해서는 앞서 산이의 행보를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지난 10월부터 자신의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민감한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공론화 하려 노력해왔다. '표절과 오마주'에 대해 다루기도 하고, '거제 살인사건'에 대해서는 랩으로 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한참 뒤인 11월 15일 자신의 SNS에 '이수역 폭행 사건'관련 영상을 올린 이후부터다. '젠더 이슈'의 중심에 있던 사건을 언급하면서 특정 성향의 네티즌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고, '페미니스트'라는 곡으로 대응했다.
해당 곡 가사에는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지칭, 여성을 존중한다면서 위선적인 태도를 보이는 남성의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산이는 이 화자를 비판함으로써 '남녀 혐오'라는 사회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가사 속 화자를 산이로 인식하며 한 차례 오해가 불거지기도 했고, 이에 산이는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SBS 보도에 등장한 콘서트 장면은 그러던 중 개최된 공연의 일부였다, 공연에 일부 관객들이 '산하다 추이야(산이야 추하다)', 'SanE the 6.9cm boy' 등의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었고, 무대로 (죽으라는 메시지가 담긴) 돼지 인형을 던지기도 했다. 이에 산이는 무대를 마친 뒤 "여기 오신 워마드, 메갈 분들에게 한 마디 해주고 싶다"며 "워마드는 독, 페미니스트 노(no), 너넨 정신병"이라며 자신이 공개했던 곡 '6.9cm' 중 일부를 부른 것이다.
물론 자신의 공연이 아닌 소속사 모든 아티스트가 함께 하는 공연에서 감정을 콘트롤 못해 마찰을 일으킨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이 부분에 대한 사과는 반드시 필요하겠으나, 이는 '여혐 논란'과는 또 별개의 이야기다.
산이는 소위 말해 잘 나가는 래퍼였다. 다양한 예능 출연으로 친근함도 확보해 나쁘지않은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었고 실력적으로도 인정 받았다.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고 공론화에 앞장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테다.
산이 앞으로도 해당 채널을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토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젠더 혐오' 이슈 전부터 다양한 사회 문제에 관심 가져왔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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