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A', 한국-일본은 'D', 호주는 'F'.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아시안컵 우승후보 4개국의 첫 경기 성적표다. 9일(이하 한국시각) F조의 일본이 마지막으로 경기에 나서며 우승후보 '빅4'가 모두 첫 경기를 소화했다. 대회 전 전문가들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아시아 대표로 나선 바 있는 한국, 일본, 이란, 호주를 우승후보로 꼽았다. 사우디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 정도가 이들을 견제할 후보로 꼽혔지, 객관적 전력에서 다른 팀들을 압도한다는 평가였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예상과 다른 그림이 나왔다.
기대만큼의 경기력을 펼친 팀은 이란 뿐이었다. D조에 속한 이란은 8일 예멘과의 경기에서 5대0 대승을 거뒀다. 상대가 D조 최약체로 분류된 예멘이었지만, 이란의 경기력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에이스' 자한바흐쉬가 부상으로 결장했음에도, 막강 화력을 과시했다. 케이로스 감독 부임 후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던 이란은 화끈한 공격축구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렸다. 속도와 높이, 조직력 모두 만점 경기력이었다.
동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는 한국과 일본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승점 3점을 챙긴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7일 약체 필리핀을 만난 한국은 1대0으로 신승했다. 예상된 상대의 밀집수비에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80%가 넘는 점유율을 보였지만, 볼을 가지고 있었을 뿐 결정적인 기회는 많지 않았다. 오히려 필리핀의 역습에 고전했다. 당초 목표로 한 대량득점에 실패한 한국(1골)은 중국(2골)에 다득점에 밀려 C조 2위로 첫 발을 뗐다. 일본 역시 부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수 아래의 투르크메니스탄과 격돌한 일본은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 다녔다. 시종 투르크메니스탄의 역습에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3골을 넣으며 경기를 뒤집었지만, 후반 막판 페널티킥 골을 내주는 등 15년만에 아시안컵에 복귀한 투르크메니스탄에 고전했다.
'디펜딩챔피언' 호주는 최악의 결과를 마주했다. 요르단과의 B조 첫 경기를 치른 호주는 0대1 충격패를 당했다. 대회 초반 최고의 이변이었다. 전반 26분 불의의 선제골을 내준 호주는 만회골을 위해 총력을 다했지만, 끝내 동점골을 넣지 못했다. 무의미한 크로스를 반복한 호주의 공격은 무기력했다. 수비 역시 요르단의 역습에 여러차례 흔들렸다.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의 투자가 늘어나며 아시아 축구는 상향 평준화됐다. 기존 강호들도 이제 약체를 만나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첫 경기 성적표로 속단하기는 이르다. 우승후보로 평가 받는 팀들은 컨디션 사이클을 토너먼트 이후로 맞춘다. 시간이 지날수록 본래의 경기력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과연 우승후보들의 최종 성적표는 어떻게 바뀔지, 아시안컵은 이제 한걸음을 뗐을 뿐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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