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행동을 지배한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자기 암시는 생각보다 큰 퍼포먼스 차이를 가져온다. 스스로를 믿고 사랑해야 한다. 자만해도 좋다는 뜻이 아니다. 스스로의 가능성에 대한 열린 마인드, 나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필요하다. 야구는 투수와 타자가 1대1로 싸움을 하는 경기다. 나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선수가 죽이지 않으면 죽는 전쟁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삼성 포수 김민수는 이 말 뜻을 조금씩 느끼고 있다. 그리고 하나씩 달라지고 있다. "코치님께서 '내가 골든글러브 급 선수'라고 생각하고 경기에 나서라고 조언해 주시더라고요."
하루 아침에 생각이 확 바뀔 수야 없는 법. 하지만 의식적인 노력이 변화의 출발이다. 효과가 있었다. 시범경기에서 쏠쏠한 타격실력을 뽐냈다. 7경기 9타수3안타(0.333). 3개의 안타 중 2개가 2루타다.
김민수는 지금까지 '수비형 포수'로 분류됐다. 사실 타격 솜씨를 크게 발휘할 기회도 많지 않았다. 타석은 꾸준하게 많이 서야 제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다. 스스로도 "타격은 아직 정립중"이라고 말한다.
김민수는 수비 기초가 탄탄한 선수다. 대졸임에도 2014년 2차 2라운드로 한화에 지명될 만큼 가능성을 인정받던 선수였다.
포수로서 그는 어마어마한 장점이 있다. 빠른 동작과 강한 어깨다. 빨랫줄 같은 송구가 일품이다. 20일 부산 롯데와의 시범경기에서도 선발 마스크를 끼고 강견을 뽐냈다. 3회 2사 1루에서 김준태 타석 때 2루를 훔치는 아수아헤를 레이저 송구로 잡아냈다. 왼손 타자인데다 투수 최채흥의 공이 땅에 떨어지는 낮은 볼이라 빠른 송구가 쉽지 않았음에도 전광석화 같은 동작으로 상대 흐름을 끊었다. 1루 주자의 리드가 깊다 싶으면 어김 없이 견제구를 뿌려 주자를 묶는다. 스킵 과정에서의 한 걸음 차이가 득점 유무를 가른다.
김민수는 강민호 백업 포수로 시즌을 시작한다. 삼성 김한수 감독은 "포수는 2명으로 간다"며 강민호-김민수 듀오 체제를 공식화 했다. 김 감독은 "고졸 신인들(김도환 이병헌)도 센스가 있는 좋은 선수들이다. 2군에서 경기 경험을 쌓고 올라오면 팀에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겨우내 삼성 안방의 관심사는 '강민호 백업'이었다. 김민수를 필두로 김응민과 고졸 신인 김도환 이병헌 4명이 일본 오키나와 캠프행 비행기에 올랐다. 김응민은 캠프 초기 아쉬운 부상으로 이탈했다. 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김민수는 후배 김도환 이병헌과 경쟁을 펼쳤다.
어느덧 중참이 된 그에게 올시즌은 중요한 한해다. 통산 56경기에 출전했던 그는 올시즌 생애 가장 많은 경기를 뛸 기회가 생겼다. 지난해까지 1번 백업 포수였던 이지영이 삼각 트레이드로 키움으로 이적했다. 권정웅은 상무에 입대했다. 당연히 강민호 홀로 다 뛸 수는 없다. 경기 후반 수시로 마스크를 써야 한다. 강민호 대신 선발 출전할 일도 많아질 수 밖에 없다. 강민호도 "우리 팀에는 김민수라는 훌륭한 포수가 있다"며 후배를 치켜세운다.
김민수도 올시즌의 의미를 잘 안다. 개막을 앞둔 각오가 단단하다. "제게 시간이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후배들도 올라올 거고요. 올 시즌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행운의 여신은 늘 짧게 머문다. 예고도 없다.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성실함은 그래서 중요하다. 늘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움켜 잡는다. 김민수가 '준비된 포수'로 2019시즌 개막을 맞는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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