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도(프랑스)=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황의조(보르도)는 앞만 보고 달려왔다. 한국에서 그리고 아시아에서 입지를 다졌다. 2018년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47경기에 나와 33골을 넣었다. 아시아 최고 스트라이커 반열에 올랐다.
스물 일곱. 전성기를 열어야할 시기에 황의조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유럽 무대였다. 프랑스 리그앙 지롱댕 보르도에 입단했다. 중국과 중동에서 50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제시했다. 황의조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유럽에서 뛰고 싶었다. 축구 인생의 경계선을 넓히고 싶었다. 고민없이 유럽으로 왔고 그 중에서도 프랑스를 선택했다.
쉽지 않은 길이다. 환경도, 언어도, 축구 스타일도 모든 것이 낯설었다. 황의조를 프랑스 보르도 현지에서 만났다. 그는 전날인 17일 몽펠리에와의 홈개막전에서 63분을 소화했다. 1라운드 앙제 원정 68분에 이어 2경기 연속 선발 출전이었다. 공격 포인트는 아직 없다. 적응을 위한 시간이었다.
▶적응
첫 2경기는 분명 아쉬웠다. 동료들과의 호흡이 나빴다. 황의조도 잘 알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준비를 많이 했어요. 그래서인지 아쉬운 부분이 많았죠"라고 입을 뗀 뒤 "일단은 시즌 초반이에요. 보르도에 합류한 지 이제 딱 한 달 됐네요. 천천히 적응을 잘해가면서 꾸준히 경기를 출전하는게 중요합니다"고 했다.
언어가 중요하다. 황의조는 일단 영어를 선택했다. 구단에서도 영어부터 배우라고 권했다. 이날도 인터뷰 후 두시간 영어 수업을 했다. 황의조는 "사실 프랑스어는 봉주르, 메르씨 밖에 몰라요. 프랑스어는 축구 용어들 위주로 공부하고 있어요. 일단은 영어부터 하는 게 중요해요. 감독님도 영어로 이야기를 많이 하세요. 언어를 빨리 습득해서 플레이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고 했다.
▶차이
유럽은 달랐다. 황의조는 K리그에서 4시즌 반, J리그에서 2시즌 남짓 뛰었다. 아시아에서 6시즌 반을 채운 뒤 유럽으로 넘어왔다. 8000킬로미터가 떨어져있는 만큼 많은 것이 달랐다.
"선수들이나 팀 분위기, 경기하는 스타일 등이 많이 달라요. 선수들이 자유로워요. 그러면서도 훈련장에서는 정말 열정적이에요. 실전이나 마찬가지에요. 그런 부분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고 또 적응하고 있어요."
선수단에 빨리 녹아들기 위해 노래도 불렀다. 선수단 합류 이틀차 저녁. 황의조 환영행사가 열렸다. 그는 무반주로 가수 김수희의 '남행열차'를 불렀다. 보르도 동료인 오타비오 산토스가 이를 영상으로 찍어 SNS에 올렸다. 반응은 뜨거웠다. 1984년 나온 노래인 남행열차를 1992년생인 황의조가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이유를 물었다.
"사실 갑자기 노래를 부르라는데 생각나는 노래가 없었어요. 어차피 선수들이 한국 노래를 아는 것도 아니고요. 강남스타일을 부르기에는 너무 재미가 없을 것 같았어요. 아무도 모르는 노래를 부르자고 생각하고 불렀어요. 그렇게 반응이 나올 줄을 몰랐어요. 분위기요? 나쁘지 않았어요. 선수들이 일부러 박수를 쳐준 것일 수도 있지만 재미있었어요."
▶첫 골
결국 스트라이커는 골로 말해야 한다. 황의조는 7월 한국을 떠날 때 10골 이상을 넣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아직 2경기에서 골을 신고하지 못했다.
굳이 골에 대한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 부담을 줄 것 같았다. 다만 황의조는 전날 "빠르게 데뷔골을 넣었으면 좋을 텐데 아쉬워요. 조금씩 적응해서 골망을 흔들겠습니다"고 다짐한 바 있다.
황의조를 곁에서 돕고 있는 김진우 팀장은 "황의조가 현재 골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괜히 말만 앞선다는 인상을 줄까봐 조심스럽다. 경기장에서 경기력으로 말하고 싶어한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월드컵
9월부터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이 시작한다. 한국은 북한, 레바논, 투르크메니스탄, 스리랑카가 H조에 속했다.
황의조는 월드컵과 인연이 없었다. 성인 월드컵은 물론이고 연령별 월드컵에도 단 한 번도 나서지 못했다. 이번 카타르월드컵이 황의조에게는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다. 3년후면 서른이다. 2026년 캐나다-미국-멕시코 월드컵에서는 서른넷이 된다. 물론 그 때까지도 충분히 좋은 기량을 보일 수 있지만 쉽지는 않다. 때문에 이번 월드컵 예선부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17세, 20세 월드컵에 한 번도 나가보지 못했어요. 인천 아시안게임, 리우 올림픽 등도 그랬고요. 성인월드컵도 마찬가지였고요. 항상 마지막에 좌절되면서 아쉽고 힘들었어요. 물론 제가 부족했기 때문이지요. 인정하고 더 열심히 하게 된 계기였어요. 이제 2차 예선이 시작하는데, 쉬운 팀은 없어요. 나라를 대표해서 뛰는만큼 최선을 다해서 경기장에서 보여줘야 합니다. 뽑힐지 안 뽑힐지 모르지만 가게 되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다른 선수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에요. 시원한 경기 보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