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가수 지코가 달라졌다. 8일 발매되는 지코의 새 앨범 '씽킹(Thinking)'에는 어느덧 27살이 된 인간 우지호의 흔들림이 가득하다.
지코는 8일 데뷔 첫 솔로 정규 앨범 '씽킹(Thinking)'의 발매를 앞두고 이태원 모처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그간 지코의 이미지는 고막을 날카롭게 두드리는 타격감의 랩과 유쾌한 사랑을 노래하는, 화려하고 자신만만한 힙합 뮤지션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타이틀곡 '남겨짐에 대해(Ft.다운)'는 뜻밖에도 감성적인 발라드다. 따뜻하고 잔잔한 선율에 닿을 것 같은 숨결, 읽히지 못한 편지, 시들어버린 꽃다발처럼 혼자 겨울 끝에 남겨진" 남자의 심경을 담은 먹먹한 노랫말이 얹혔다.
지코는 "어느날 한강변을 산책하는데, 밤이 깊어지자 다들 집에 돌아가고 저 혼자 남았다. 순간 '나 혼자 여기 남겨졌네?'라는 생각이 들면서 외로움이 차올랐다"고 설명했다. 이때 느낀 '남겨짐'에 대한 감상을 최근 이별을 겪은 남자에 비유했다는 것. 지코의 실제 이별 경험과 상상이 반반씩 녹아든 가사다.
"그동안의 지코는 세고, 자유분방하고, 날이 서 있는 이미지잖아요. 그동안은 그런 캐릭터에 대한 욕심도 있었고,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두렵기도 했어요. 그러다보니 쌓인 감정이 저 자신을 해칠 것 같았어요. 사랑이란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해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자꾸 피하려고 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훌훌 털어내고자 했어요. 리스너들과의 감성적인 공감대에 좀더 중점을 뒀죠."
'남겨짐에 대해' 뮤직비디오에는 배우 배종옥이 출연한다. 지코는 "표정 하나만으로도 '남겨짐'의 서사를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사실 저랑 친분도 없고, 제 노래를 그동안 관심을 갖진 않으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일단 연락만 드려봤는데, 이번 노래를 들려드렸더니 마음에 드셨다는 거에요. 그래서 직접 찾아가서 부탁을 드렸더니 출연을 수락하셨어요. 정말 기뻤죠."
이번 앨범은 지난 1월 이후 약 9개월여의 기간을 거쳐 완성됐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이번 앨범 속 예상치 못한 감성 퍼레이드에 지코는 "첫 정규 앨범인 만큼 저 자신의 감정과 고민을 충실하게 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의식적으로 '지코답게, 신나는 척'을 하기보다는 좀더 솔직하게 '인간 우지호'를 보여주고자 했다는 것.
"저렇게 생긴 애는 클럽에 어울리는 신나는 음악을 할거야, 그런 편견이 항상 따라다녀요. 외향적인 면이나 TV에서의 모습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싶을 때가 있어요. 지코가 즐기고 들뜰 때만 찾는 가수가 아니고, 응원이나 위로를 받고 싶을 때도 찾는 뮤지션이 됐으면 좋겠어요. 사실 이번 앨범을 내기 전까진 저도 제가 이런 말을 하게 될줄은 몰랐네요."
지코는 이번 앨범 작업 과정에서 그동안 일부러 피해왔던 무거운 감정들에 자신의 몸을 맡겼다. 지코는 이후의 음악적 방향에 대해서는 "이번 앨범에서 해묵은 속내를 많이 털어냈다. 확실히 랩보다는 노래가 감정을 담아내는 범위가 넓다. 개인적으로 노래 실력도 많이 늘었다"면서도 "다음 앨범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각잡고 랩만 해볼까 싶기도 하다"며 웃었다.
'씽킹'은 파트1과 파트2로 나뉘어 총 10곡이 담겨 있다. 타이틀곡은 자신의 회사 직원들부터 동료 뮤지션들, 음악과 거리가 먼 직업을 지닌 친구들에게까지 두루 설문조사를 한 끝에 가장 반응이 좋았던 노래를 선택했다. '천둥벌거숭이'나 '어나더레벨'처럼 기존과 비슷한 랩, 힙합 곡부터 '사람'처럼 짙은 감성이 실린 노래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다.
지코는 "음악 소비 패턴이 전과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 삶의 호흡이 가빠진 시대"라며 "너무 방대한 메시지를 한꺼번에 전달하면, 듣는 이들에게 부담이 될 것 같아 두 개의 앨범으로 나눴다. 좀더 긴 호흡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지코는 최근 딘, 크러쉬, 페노메코 등과 함께 속한 크루 '팬시 차일드'의 콘서트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이에 대해 지코는 "사실 오히려 부담스럽다. 친구들이 다들 음악을 너무 잘하니까, 좋은 쪽으로 자극도 많이 받고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씽킹'은 뮤지션 지코의 '흔들림'을 담은 앨범이에요. 잠깐의 외도라고 해도 좋고…앞으로도 다양한 매력을 보여드리는 지코가 되겠습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