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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드 하루 전, 이대성에게는 전혀 낌새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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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 와이프도 안믿더라고요."

이대성은 10일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원주 DB전을 마치고 김수찬과 함께 인터뷰실에 입장했다. 19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3연승을 이끌었다. 시즌 초 무릎과 다른 부위 잔 부상에 번 아웃 증후군 토로까지 컨디션이 말이 아니었지만, 2라운드 시작인 서울 SK전부터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4연패 중인 팀을 3연승 팀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유재학 감독도 DB전 후 "이대성의 몸이 많이 올라왔다"고 평가했었다.

이대성은 자신의 캐릭터답게 거침 없이 말을 이어갔다. 그는 "4연패 후 3연전을 맞이하는데, 초상집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번 3연전 승리로 다시 올라갈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다. 선수들의 자신감이 생겼다"며 싱글벙글했다. 이어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2라운드를 앞두고 훈련을 하는데 통증도 줄어들고 갑자기 몸이 괜찮아 지더라.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을 하도 많이 하니 이제 와이프도 안믿는다. 하지만 우리 팀은 어떻게든 출전 시간을 늘리려고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많다. 잠재된 승리 동력이 많아 나도 팀도 치고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는 김수찬을 향해 "대학교 때 보급형 김선형(서울 SK)이었다"는 농담을 하는 등 트레이드를 대상이 될 선수로 전혀 보이지 않았다.

보통 트레이드가 되면 구단 내-외부에서 소문이 나고, 선수들도 어느정도 눈치를 채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트레이드 발표 하루 전 이대성의 모습에서는 그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팀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얘기하고, 농담도 했다. 그만큼 갑작스러웠던 트레이드 결정.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일찍부터 물밑에서 이대성 트레이드를 타진하고 있었다.

이대성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MVP가 되며 팀을 우승시켰다. 실력 뿐 아니라 쉽게 찾아보기 힘든 강단과 언변으로도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대성이 혼자 공을 갖고 농구를 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라건아를 제외한 나머지 국내 선수들이 들러리가 되는 상황이 연출되기 시작했다. 여러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개인 플레이에만 집중하지 감독의 지시, 동료들의 플레이가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으면 거침 없이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연봉 협상에서도 스스로 연봉을 깎는 파격적인 결정을 했다. 요즘 세대에 필요한 개성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팀 분위기를 흐트러지게 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이번 시즌을 마친 후 FA 자격을 얻는다고 하지만, 직전 챔피언결정전 MVP를 시즌 초반 트레이드 하는 것이라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돈 싸움에서 다른 팀에 밀릴 구단이 아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