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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동백꽃' 다음은 뭘 해야 할까요"..'시청률퀸' 공효진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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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동백꽃 필 무렵'이 지나간 뒤 배우 공효진(39)에게는 고민이 남았다.

1999년 영화 '여고괴담'으로 데뷔해 올해로 연기인생 20주년이 된 공효진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손꼽히는 톱스타다. 2001년 출연했던 노희경 작가의 작품 '화려한 시절'부터 브라운관에서의 활약을 시작했고, MBC '네 멋대로 해라' 등에 이르기까지 시청자들에가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시켰다. 이후 2003년 MBC '눈사람'을 시작으로 브라운관의 톱으로 뛰어올랐고, MBC '고맙습니다'(2007), MBC '파스타'(2010), MBC '최고의 사랑'(2011), SBS '주군의 태양'(2013), SBS '괜찮아, 사랑이야'(2014), SBS '질투의 화신'(2016) 등 시청자들에게 오래 기억될 '인생 드라마'를 만들며 시청률 불패 신화도 기록했다.

그런 그가 3년 만에 택한 작품은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임상춘 극본, 차영훈 연출)이었다. '동백꽃 필 무렵'은 "시작부터 끝까지 완벽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으며 21일 종영했다. 최종회 시청률은 23.8%(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올해 방영된 지상파 미니시리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에 해당한다. '동백꽃 필 무렵'에서 공효진은 주인공 동백 역을 맡아 어린시절 버림받은 고아이자 미혼모로서의 역할을 소화해내며 '지금까지 보여준 공블리와는 다른 연기'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공효진의 완벽한 '변신' 작품이 된 셈이다.

드라마로는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았던 공효진이 '만족감' 때문인지, 취재진 앞에 섰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공효진은 '동백꽃 필 무렵'을 보내는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공효진은 종영소감을 묻는 질문에 한참을 생각에 빠져있다 "그냥 제가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촬영을 하는 내내 종영을 미루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연장을 한다고 '18부가 될 거다, 20부가 될 거다'라면서 얘기가 나왔는데, 연장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던 작품이다. 원래 연장 얘기가 나오면 기겁을 해야 했는데, '늘리실 만 하니 늘리시겠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청률의 숫자 말고도, 드라마를 보고 남겨주시는 반응들을 읽을 때마다 감동을 많이 받았다. 저도 원래는 에너지를 다 쓰고 남는 것이 없이 탈탈 털어내고 끝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에너지를 채워서 끝이 난 것 같다. 마음이 고단하지 않았다. 신기했다. 많이들 '헛헛할 거다'라고 걱정을 해주시는데, 그렇지가 않다. 저 역시도 '동백꽃' 안에서 희망의 메시지나 위로를 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특히 '동백꽃 필 무렵'은 동백의 모정, 그리고 정숙(이정은)의 모정, 덕순(고두심)의 모정 등 다양한 엄마들의 사랑이 수면 위로 올라오며 시청자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았다. 일차원적으로 그려낸 사랑이 아니라, 드라마를 보고 엄마에게 전화를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동백꽃 필 무렵'은 '잘 만든 드라마'라는 평을 얻기도 했다.

실제 공효진의 어머니는 "할머니에게 전화하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말했단다. 그 정도로 '동백꽃 필 무렵'이 보여준 공감은 가까이 있는 사람들부터 멀리 있는 시청자들에게까지 고루 전달됐다. 공효진은 "인스타그램에서 제가 우는 모습이 많이 나왔는데, 저도 엄마한테 '낳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문자를 보냈다. 우리 드라마는 엄마를 생각하게 만들고, 전화하게 만드는 드라마라 특히나 더 좋았던 거 같다"고 밝혔다.

공효진은 '동백꽃 필 무렵'을 통해 희망적인 메시지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저희 같은 배우들에게도 세상은 종종 너무 각박하고, 벼르고 벼르는 느낌이 든다. 항상 그렇게 너무 많은 사랑을 받고, 환호를 받는 인생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너무 저희를 '두고보자'하는 느낌이라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직업이다. 이번에 작은 보통의 사람들이, 그냥 그렇게 오지랖으로 굴러가는 세상에서, 어려울 때 누군가를 십시일반으로 구해주는 기적 같은 일들이 저 같은 사람에게도 영향을 줬다.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현란하고 자극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드라마 같은 이야기에 동요되고 마음이 빼앗기고, 또 울고 웃고 하는 것들을 보면서 '인간적 따뜻함은 통한다'는 희망을 가지고, 드라마가 사랑을 받는 것을 보면서 저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벼르고 있는 것 같다'는 그의 말처럼, '동백꽃 필 무렵'이 시작하기 전 공효진에게는 숙제가 하나 더해졌었다. '또 공효진 표 로코냐'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공효진은 고민과 노력을 계속했다. 공효진은 "제작발표회에서 했던 말에 대해 공수표를 날린 것 같지는 않다. 사실 그때 떨면서 말하기는 했다. 찍은 게 몇 부가 되지 않았고, 확신에 차서 말을 했다기 보다는 그렇게 해내야만 한다는 책임감에 대한 것도 있었다"며 "작가님이 만들어준 캐릭터를 지켜야 하는데 시작하면서도 제 설정을 조금씩 넣었다. 초반에는 이런 것들에 대해 서로 합의를 보고 노력했다. 그동안의 저와는 다르려고 노력한 부분들은 그거였는데, 저한테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셨던 분들이나 드라마를 보신 분들이 어떤 감정을 가지셨는지 궁금하다. 그동안 잘된 것도 있으니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그냥 시원하다. 내가 사기를 친 것이 아닌 게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후련한 마음을 털어놨다.

'시청률 불패'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공효진은 '성공한 작품'에만 출연했지만, 그에게도 남모를 부담감이 존재했었단다. 공효진은 "시청률에 대한 부담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또 잘되는 것은 너무 이상하지 않나' 싶었다. '이게 또 잘되면 비현실적이지 않나' 생각했고, 결국에는 이걸 만나면서 '이건 뭐지, 무슨 일이지' 하는 생각도 참 많이 들었다. 저를 지겨워 할 거라고들 하는데, 어떡하냐. 이게 직업인데. 계속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그래서 열심히는 하는데 저도 정말 열심히 하는데, 거기에 대해 넘겨 짚으실 때는 속상하기는 하지만, '결과물로 보여줄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는데, 이게 이렇게 잘돼버리니 다음 작품을 어떻게 골라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의 기대도 더 높아졌을 텐데, 한참을 쉬려고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공효진에게도 시청자들에게도 '동백꽃 필 무렵'은 선물과도 같은 작품이다. "저 개인에게는 많은 선물을 준 것 같다. 많은 사람들에게 배우들이 꼭 만나고 싶은 류의 역할이다. 누구나 다 '괜찮아요. 힘내'라고 할 수 있는. '착하다 예쁘다' 해주고 싶은. 그렇지만, 연기적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멀었고, 어떻게 보면 이 안에서 정말 빛났고 고군분투했던 다른 캐릭터들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동백이는 중앙부에 있는 역할이고, 반짝반짝했던 역할들은 저 외에도 많았다. 저는 하나의 축처럼 서 있었고, 그 옆에서 바람개비를 돌렸다고 생각한다. 이것으로 깨달았다기 보다는 배우들의 플레이를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는 공효진의 다음 작품이 더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동백꽃 필 무렵'은 편견에 갇힌 맹수 동백을 깨우는, 촌므파탈 황용식이의 폭격형 로맨스 드라마로, 옹산이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펼쳐진 동백의 사랑과 모성, 그리고 까불이(이규성)라는 존재가 주는 스릴러가 더해지며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선물같은 작품"이라는 '동백꽃 필 무렵'을 보내는 공효진은 "앞으로 오래 쉴 예정"이라며 휴식기를 예고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