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음원 사재기 논란은 '박경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 될까. '음원 사재기' 논란의 구체적인 정황이 폭로됐다.
유명 인디밴드 술탄 오브더 디스코의 드러머 김간지는 26일 공개된 팟캐스트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해 브로커로부터 음원 사재기 제안을 받았던 상황을 증언했다.
김간지에 따르면 브로커로부터 제안을 받은 것은 지난해의 일이다. 당시 브로커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와 "밴드를 10년 정도 했는데, 이제 뜰 때가 됐다. 매각 있다. 연말 칠 수 있다"며 음원 사재기를 제안했다는 것. 수익 배분은 8 대 2. 음원차트 폭등으로 인해 발생한 수익의 80%를 브로커가 가져가는 구조다.
김간지는 "'소름 돋는 라이브' 같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신곡을 노출시키고, 바이럴 마케팅으로 순위가 폭등하는 것처럼 꾸미자고 했다"며 음원 사재기의 구체적인 정황까지 설명했다. 그는 특정 가수에 대한 언급 없이 "(그 가수의)음원 그래프를 보면 2시간 만에 뚫고 올라온다. 팬덤이 없는 가수인데 새벽 2시에 치고 올라오기도 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먼저 자금을 투입하고, 가수들로부터 발생한 수익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내 음악이 빛을 봤으면 좋겠다' 하는 음악인들로선 한번쯤 솔깃할 수 밖에 없는 제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7일 자신의 SNS에 "노빠꾸 박경 너무 좋아요"라는 글을 남기며 공개적인 지지에 나섰다.
'음원 사재기 논란'은 지난 24일 박경의 대규모 저격으로 시작됐다. 박경은 자신의 SNS에 "바이브처럼 송하예처럼 임재현처럼 전상근처럼 장덕철처럼 황인욱처럼 사재기 좀 하고 싶다"는 글로 가수 6명의 실명을 동시에 언급했다.
음원 강자에게 사재기라는 말 자체가 심한 모욕이지만, 대한민국 대표 발라더로 불려온 바이브에겐 특히 더 그렇다. 바이브의 윤민수는 '아빠 어디가'의 윤후 아빠, '불후의명곡'의 전 MC, '나는가수다'에 출연할 만큼 한국 가요계를 대표하는 보컬리스트다. 류재현 역시 가요계에서 손꼽히는 작곡가다. 함께 저격당한 가수 5명은 지난해 떠오른 음원 강자들로, 비교적 무명 가수에 가깝다.
때문에 바이브는 자의반 타의반 '사재기 논란' 가수들의 수장이 된 모양새다. 가장 먼저 분통을 터뜨리며 법적 대응을 선포한 것도 바이브였다. 바이브의 소속사 바이브 측은 25일 강경대응을 선포했다. 일단 바이브의 입장이 나오자, 다른 5명의 가수들 역시 박경의 명예훼손에 대한 비판 및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바이브의 소속사 메이저나인은 27일 법무법인 명재를 통해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으로 박경을 고소했다. 이들은 "메이저나인과 소속 아티스트들은 사재기라는 범죄 행위를 저지른 적 없다. 의혹에 대한 부분도 모두 사실이 아니다. 법적 고소 및 조사를 통해 명백히 소명하겠다"고 강조했다.
박경의 소속사 세븐시즌스(KQ엔터테인먼트)의 입장도 바뀌었다. 사건 초기 박경의 SNS 글을 삭제하고, 사과글을 올리며 사태를 수습하려던 세븐시즌스 측은 저격당한 가수들이 잇따라 법적대응을 예고하자 "이슈와 별개로 아티스트를 대변하고 보호하겠다"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김간지 외에 박경을 지지하는 이들의 입장도 견고하다. 래퍼 딘딘은 "사재기가 너무 많아 차트가 콘크리트", "제가 이 업계 종사자다. 내 귀로 듣고 내 눈으로 봤다", "기계가 없어질 때까지 음악해서 이겨내겠다. 사재기 아웃"이라며 잇따라 입장을 밝혔다.
래퍼 마미손도 26일 신곡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를 공개했다. 제목 자체는 '쇼미더머니' 출연자 원썬의 유행어다. 하지만 제목에 '바이브'가 포함된 데다, "페북에 돈 써야지", "천 개의 핸드폰에 '별의 노래(마미손의 노래)'만 틀고 싶어", "여름에도 발라드 틀고 싶어", "기계를 어떻게 이기란 말이냐, 내가 이세돌도 아니고" 등 이번 사재기 논란을 겨냥한 가사가 가득하다. 이른바 '페북픽', '기계픽'부터 한여름 발라드 열풍, 스트리밍 공장 등 관련 논란들을 한방에 때려박은 노래다. 도입부의 "참 열심히 했죠 박형"이란 가사 역시 박경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다분하다.
바이브 측이 박경을 향한 고소의 첫발을 뗀 만큼, 향후 다른 가수들의 고소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간지가 폭로한 '사재기 논란'의 전말에 대한 경찰 수사가 이뤄질지도 관심거리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