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지난 2월 16일. 호주 질롱에서 1차 캠프를 진행 중이던 두산 베어스는 호주 국가대표 야구팀과의 연습 경기에서 10대5로 승리했다.
여러모로 기분 좋은 승리였다. 호주 현지와 한국에서 생중계 방송이 되면서 팬들의 관심도 받았고, 두산은 주전 선수들의 좋은 컨디션을 확인하며 대승을 거뒀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김태형 감독은 선수들을 더그아웃 앞에 잠시 모이게 했다. 그리고 짧게 메시지를 전달한 후 해산했다. 김태형 감독이 선수들에게 당부한 말은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 기회는 분명히 온다"는 내용이었다. '백업' 또는 '비주전', '유망주' 선수들을 향한 이야기다. 이날 두산은 호주 대표팀을 상대로 완승은 거뒀지만, 김태형 감독의 시선은 교체 선수들에 있었다. 경기 초반 1군 주전 라인업을 가동했던 김 감독은 중반 이후 신성현, 백동훈, 안권수 같은 백업 후보 선수들로 전부 교체했다.
두산은 야수들이 자기 포지션을 찾기가 10개 구단 중 가장 어려운 팀이다. 구멍이 나있는 자리가 없다. 대개 상위권팀들도 보충해야 할 포지션이 1,2개는 있기 마련인데, 두산은 기존 주전 선수들도 입지가 좁아지지 않게 끊임없이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른 팀이라면 충분히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선수들도 두산에서는 자리가 없어 계속 백업 후보로 머물러있는 경우도 많다. 당연히 경쟁하는 선수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초조한 상황이 이어진다.
김태형 감독의 시선이 그런 선수들에게 머무는 것도 당연하다. 호주 대표팀과의 연습 경기에서 다수의 백업 후보 선수들이 타석에서 너무 급한 모습을 보여줬다. 김태형 감독은 "연습 타격때는 저런 모습이 아니다. 연습 때는 툭툭 편하게 잘치는데, 경기만 하면 그때의 타격폼이 안나온다. 급한 게 눈에 보인다"며 안타까워했다. 김태형 감독은 이튿날 연습경기가 취소되자 주요 투수들의 라이브 피칭으로 훈련 일정을 대체하면서, 주전 타자들이 타격하는 메인 구장이 아닌 3구장으로 향했다. 대부분 젊은 백업 야수들이 타격을 하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타자들의 타격을 하나하나 보면서 집중 지도를 했다. 보통은 당연히 담당 코치들에게 훈련을 일임하지만, 1차 캠프 막바지였던 이날은 작심하고 개별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1차 캠프가 끝난 후 몇몇 선수들이 2군 대만 캠프로 이동했다. 김태형 감독은 "감독 눈치 보지 말고, 2군 캠프에서 경기를 많이 뛰면서 본인의 것을 찾아오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 1군 캠프에서는 많이 뛰지 못하니 편하게 훈련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입단 1~2년 차가 아닌 이상, 기회에 목마른 선수들은 조급하고 빨라질 수밖에 없다. 소속팀이 두산이라면 더 그렇다. 하지만 기회는 분명히 있다. 특히 두산은 올 시즌을 자연스러운 세대 교체의 새로운 기준점으로 삼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굳이 입밖으로 꺼내지 않더라도 선수 개개인에 대한 파악이 누구보다 꼼꼼하고 세밀한 편이다. .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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