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우려가 현실이 됐다.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김경문 감독이 출국 당일 비행기 티켓을 취소했다.
김경문 감독은 13일 오후 미주대륙 팀들의 전력 분석 차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었다.
짐을 싸서 막 출발하려던 이날 오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참관하려고 했던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미주대륙 최종예선이 코로나19 여파로 무기한 연기된 것.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은 이날 "확산하는 코로나19에 대응해 선수, 관계자, 팬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고자 3월 23∼27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와 서프라이즈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아메리카대륙 최종 예선을 연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WBSC는 이미 4월 1일부터 5일간 대만에서 열기로 한 도쿄올림픽 세계 최종 예선을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6월 17∼21일로 변경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아시아에 이어 미국으로 확산되자 미주대륙 예선마저 연기했다.
이미 불안한 조짐이 보였다. 김 감독은 일본이 갑작스레 한국인 입국제한을 하면서 오키나와 캠프 팀들이 급히 귀국하는 장면을 유심히 지켜봤다. 미국도 언제 어떤 제한 조치를 취할 지 알 수 없었다. 당초 17일에 떠나는 일정을 나흘 앞당겨 13일로 조정했다. "만약 한국에서 입국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14일 격리 조치를 하면 큰 일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엉뚱한 데서 발생했다. 미국 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거의 모든 스포츠가 올스톱 됐다. 전날 NBA가 전격 중단된 데 이어 이날은 MLB가 개막 2주 연기와 시범경기 취소를 발표했다. 자연스레 자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도 영향을 받았다. 애리조나에서 열릴 예정이던 도쿄올림픽 북미 예선전이 취소된 이유다.
"어쩐지 느낌이 조금 불안했다. 짐을 다 싸놨는데 고스란히 풀게 됐다"며 너털웃음을 지은 김경문 감독은 "그나마 가기 전에 결정나서 다행이지 않느냐. 게임을 못 보는데 갈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애써 웃고 있지만 김 감독의 속은 답답하다. 당장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깜깜이 정국. 도쿄 올림픽 자체가 정상 개최될지도 알 수가 없다.
차분하게 준비를 하려고 해도 여의치 않다. 상대 팀 분석을 할 수 있는 예선전은 잇달아 연기되고 있다. 선수 선발을 위해 국내 팀을 돌아보자니 게임 자체가 없다. 시범경기는 취소됐고, 개막은 연기됐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상황.
불확실성 투성이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김 감독은 "이 모든 일이 제가 결정하는 건 아니니까 일단 (올림픽을) 한다고 생각하고 모든 준비하려고 한다. 만에 하나 취소된다고 해도 일단 할 수 있는 준비는 다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각 구단 청백전을 참관하며 선수 컨디션 파악에 나설 예정이다. KBO 기술위원회는 12일 회의를 열어 도쿄 올림픽 예비 엔트리 120여명을 추렸다. 앞으로 선수 컨디션을 체크하며 후보를 좁혀가는 작업을 해야 한다.
김 감독은 "4월 중순이면 이제 각 팀이 청백전을 시작할 테니 조용히 보러 다닐 생각"이라고 구상을 밝혔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