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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인터뷰]롯데 정태승을 바꾼 성민규 단장의 한 마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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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이대로면 내년을 장담 못한다."

지난 시즌 종료 직후 롯데 자이언츠 좌완 투수 정태승(32)을 만난 성민규 단장의 말이다.

2012년 신고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그가 지난해까지 쌓은 1군 성적은 7경기 6이닝 동안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10.50. 5개의 탈삼진을 잡는 동안 7개의 볼넷을 내줬고, 자책점도 7점에 달했다. 지난해 처음이자 마지막 1군 등판이었던 8월 7일 사직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1이닝 동안 6타자를 상대하며 2안타 1볼넷 2탈삼진 3실점에 그쳤다. 유신고-성균관대를 거치며 에이스 노릇을 했던 예전의 기억을 되살리기 쉽지 않을 정도. 성 단장은 정태승과의 면담에서 "이 정도 실력은 고교를 갓 졸업한 20대 초반 선수와 다를 게 없다.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투수에게 이런 지표를 두고 기회를 주기 쉽지 않다"며 내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새 시즌을 앞둔 정태승의 모습은 180도 달라졌다. 마무리훈련을 거쳐 호주리그 질롱코리아에 파견됐던 정태승은 롯데 스프링캠프에서 투수 MVP로 선정됐다. 롯데 허문회 감독은 "컨트롤이 상당히 좋아졌다. 무엇보다 야구를 준비하는 자세가 긍정적"이라며 "캠프 기간 투구를 준비하는 방법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묻고, 노력하는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질롱에서 키운 기량도 캠프 기간 잘 발휘됐다"고 엄지를 세웠다.

정태승은 "단장님과 면담을 마친 뒤, 그동안 내가 생각하고 추구했던 야구가 다 틀렸다는 생각을 했고, 뜯어고치고자 했다"며 "상동구장에서 훈련하는 과정에서 강영식 코치님으로부터 많은 도움도 받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그동안 캠프 때마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올해도 '내가 준비한 대로 운동만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는데, MVP로 지명돼 얼떨떨했다"고 말했다. 이어 "캠프 기간 나보다 더 좋은 성적을 보여준 선수들이 있었는데, 내가 노력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며 감사함을 드러냈다.

정태승은 "야구가 잘돼도 불안한 시절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프로의 벽을 실감한 뒤 강박감을 갖게 됐다. 계속 실패를 반복하면서 불안감이 컸다"며 "캠프 때 구위, 페이스가 좋아도 '정말 제대로 하고 있는건가'라고 스스로를 의심하며 여유없이 야구를 했다"고 회상했다. 또 "마무리훈련 강 코치님의 도움 속에 자신감을 갖고 야구를 하고자 했고,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며 "이젠 자신을 가혹하게 대하지 않으려 한다. 예전엔 내가 준비한 부분대로 했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반복했지만, 이젠 내가 설정한 방향에 맞춘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도 두려움이 없진 않다. 싸우며 이겨내는 과정"이라며 "예전엔 두려움에만 몰두했다면, 지금은 내 약점을 인정하고 이겨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올 시즌은 정태승에게 데뷔 이후 최고의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롯데 불펜엔 우완 투수가 즐비하지만, 좌완은 그를 포함해 고효준, 김유영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FA 계약이 지연된 고효준은 몸상태를 더 끌어 올려야 하고, 김유영의 구위도 여전히 100%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 2군에 차재용, 장원삼 등 또다른 좌완 투수들이 있지만, 구위에 물음표가 존재한다. 질롱코리아에서 최고 구속 147㎞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정태승의 퍼포먼스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태승은 "20대 초반 최고 구속이 148㎞였다. 투구 메커니즘이 무너진 뒤 다시 147㎞까지 끌어 올렸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조급함은 크지 않다. 예전 같았으면 '지금 페이스가 좋으니 빨리 마운드에 올라가서 기회를 잡자'는 생각 뿐이었겠지만, 지금은 '내 페이스만 유지하자'는 마음이다. 오히려 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 코치님 모두 '3구 안에 끝내라'는 말씀을 하신다. (주문 사항은) 심플하다. 피하지 말고 승부하는데 집중하려 한다"며 "빨리 상대팀과 경기에서 내 기량을 확인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지금은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우선이다. 차분하게 준비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태승은 "올해가 내겐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어쩌면 프로로서 마지막 해가 될 수도 있다. 예전처럼 결과 때문에 내 것을 버리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헤쳐 나아가고 싶다"며 "큰 결실을 바라진 않는다. 지금처럼 자신 있게 야구를 하는 게 내 밑그림"이라고 말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