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서산발(發) 바람이 '최고령 팀' 한화 이글스를 뒤흔들고 있다.
한화 선수단의 올시즌 평균 연령(신인, 외국인 제외)은 28.5세다. 지난 겨울 장시환 김문호 정진호 등 다수의 베테랑을 추가로 영입하면서 평균 연령이 지난해(27.4세)보다 한 살 더 많아졌다. 평균 프로 입단 연차도 9.6년으로 1위다. 26.4세, 7.1년인 '최연소 팀' 키움 히어로즈와 대척점에 선 팀이다.
하지만 올시즌 분위기는 예년과 다르다. 여전히 김태균 이용규 정우람 등 30대 중후반 베테랑들이 주력이지만, 젊은 선수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김민우와 김이환이 5선발을 다투고 있고, 정은원-하주석은 리그 최연소 키스톤 콤비다. 청백전에서 홈런 3개를 때리며 올봄 하주석의 뒤를 받칠 유격수로 떠오른 노시환이 정은원과 짝을 이루면 '2000년생 듀오'가 탄생한다. 외야에서도 장진혁 유장혁 등 젊은 선수들이 호평받고 있다.
최근 노태형과 조한민의 등장은 한화의 세대교체 분위기가 한층 뜨겁게 달궈진 이유다. 지난 9일 1군으로 콜업된 조한민과 노태형은 이후 자체 청백전 5경기에서 각각 14타수 7안타 6타점, 13타수 4안타 4타점의 호성적을 냈다. 특히 지난 15일 올시즌 한화 마운드 핵심 선수인 김이환과 박상원을 상대로 각각 만루, 3점 홈런을 ??려내는 장타력까지 과시했다. 수비에서도 기민한 풋워크와 타구 판단 능력이 돋보인다.
두 선수 모두 정식 선수 발탁을 노리는 '육성 선수'다. 아직 1군 경기 경력이 전혀 없다. 노태형은 2014년 전체 104순위, 조한민은 2019년 전체 83순위라는 하위 순번에서 지명받아 프로에 입성했다. 팬들에게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선수들이다.
노태형은 김민수(삼성 라이온즈) 박준혁(전 한화) 박한길(전 롯데) 서균(한화) 등에 가려졌지만, 가능성을 인정받아 올시즌까지 프로에 잔류한 선수다. 조한민 역시 변우혁 노시환 유장혁 김이환 등 한화 대표 유망주들에 비하면 눈길을 받지 못했던 선수다. 충청남도 서산의 퓨처스(2군) 연습장에서 칼을 갈았온 두 선수가 요즘 한용덕 감독 뿐 아니라 팬들의 시선까지 즐기는 이유다.
이들의 성장에는 최근 한화가 추진중인 '첨단야구'가 큰 도움이 됐다. 조한민은 "블라스트 장비를 통해 매 스윙 마다 객관적인 자료로 궤적과 스피드를 확인했다. 막연한 감이 아니라 구체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훈련하니 효율이 더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덕분에 1군 청백전 무대에서도 타고난 손목힘을 살린 타격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 1군 선수들에게 주눅들지 않고 배짱 있게 뛸 수 있는 멘탈도 갖췄다. 그러면서도 선배들의 장점과 노하우를 흡수할 기회는 놓치지 않는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한자릿수까지 줄어듬에 따라 오래 전부터 논의되어온 '5월 1일 개막' 가능성은 한층 커진 상태다. 평소 KBO리그 육성 선수의 정식 선수 전환 시기가 바로 매년 5월 1일이다. 정민철 단장은 조한민과 노태형에 대해 "육성 선수들이 시즌 개막과 동시에 팀에 합류할 수 있다면 팀 전력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올시즌 코로나19로 인해 개막이 연기됨에 따라 일정 변경이 이뤄질 수도 있다. KBO 측은 "트레이드 데드라인이나 육성선수 콜업 기준 등은 리그 개막일이 결정된 뒤 10개 구단 단장들이 모인 실행위원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예년처럼 콜업 시점이 개막 한달 뒤 즈음으로 연기되더라도, 이미 눈도장을 찍은 두 선수에게 1군 기회가 주어질 것임은 분명하다.
KBO리그의 팀들은 리그 특성상 일방적인 탱킹이 용납되지 않는다. 리빌딩과 승리, 두 갈래 길을 모두 추구하기 마련이다. 한화는 지난해 리그 9위 팀이고, 올해는 부임 3년차를 맞이한 한용덕 감독의 마지막 해다. 절치부심했다 한들, 고액 FA를 영입하지 않은 이상 팀 전력의 업그레이드 요소는 선수들의 성장 뿐이다.
한화는 오는 21일 KT 전으로 시작으로 팀간 연습경기(교류전)를 통해 개막을 앞둔 마지막 담금질에 돌입한다. 서산에서 불어온 바람이 2020시즌 한화를 플레이오프로 밀어올릴 태풍이 될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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