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인간수업' 김진민 감독이 '문제작'으로 꼽히는 '인간수업'에 대해 답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진한새 극본, 김진민 연출)은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그동안 외면하고 싶었던 10대들의 어두운 내면과 범죄를 전면에 꺼내오며 희대의 문제작을 자처했다. 그 결과 최근 성착취 논란 등으로 문제가 됐던 'n번방 사건을 연상하게 한다는 반응과 더불어 '파격적'이라는 호평까지 받으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상태다.
김진민 감독은 그동안 '무법변호사'부터 '개와 늑대의 시간, '결혼계약'에 이르기까지 매 작품 섬세하고 깊이가 있는 연출력으로 시청자들을 만족시켜온 바 있다. '인간수업'을 통해서도 기존의 학원물과는 달리 범죄물의 레퍼토리를 변주해내며 틀을 깼고, 범죄를 바라보는 네 명의 고등학생 캐릭터들로 강약조절을 하며 강렬한 이야기 장르에 힘을 불어넣었다.
김진민 감독은 7일 오후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인간수업'에 대한 궁금증에 답했다. 일주일 내내 한국인들이 즐겨찾는 콘텐츠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인간수업'은 그 파격적인 설정만으로도 시청자들 사이에서 '문제작'으로 떠오른 바 있다. 김진민 감독은 '인간수업'이 공개된 후 일들에 대해 "픈이 되면 모든 사람이 동시 접속이 가능하니 어떤 식의 결과가 다가올지 감도 없었다. 나가고 나서 반응이 온다고 느낀 것을 본 것이 넷플릭스에 순위가 나오니까 첫 날만 두 번은 들여다 봤다. 첫 날에는 순위에 없어서 마음을 비웠었다. '킹덤'처럼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흥행요소가 가득한 오락물이라는 생각은 안했기 때문에 욕은 안 먹으면 좋겠다, 다른 해석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염두에 뒀었다. 처음 해봐서, 넷플릭스 스트리밍 서비스의 묘미까지는 모르겠고, 사전에 정교하게 작업을 마칠 수 있던 것이 TV 연출로서는 많이 고마운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1위를 이미 경험해본 입장에서, 부담감을 떨칠 수 없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김 감독은 "1위라는 것이, 머릿속으로는 숫자라고 생각하지만 부담이 된다. 넷플릭스에서 어떤 작업을 할 때 저 숫자가 기준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 저 숫자는 무서운 숫자일 거 같다. 앞으로는. 1까지 가봤기 때문에, 기준이 1이 된다면, 저의 인생이 더 괴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그 만큼 '인간수업'은 'n번방 사건'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는 작품으로 손꼽히며 현시점 꼭 봐야 할 작품으로 우뚝섰다. 비록 제작 기간과 'n번방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온 기간이 겹치지는 않지만, 이에 대한 일정 부분의 책임감도 있었을 것. 김 감독은 "획을 할 때, 핸드폰이라는 요즘 사람들의 필수적인 소품이라고 해야 할까. 필수품을 가지고 이용해서 안의 사건들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이런 사건들이 일어날지 궁금증이 있었고, 사회적으로도 일부 있었기 때문에 없는 일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작을 마친 뒤 n번방 사건도 터졌고 그런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됐다. 드라마를 만들며 조심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미화가 이뤄지면 안된다는 것을 염두에 뒀다. 피해자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사건을 다루다 보니, 왜곡된 시선을 다뤄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성매매에 관련한 내용이 나오니, 그 부분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논문과 책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판단을 하면서 그 기준이 정확한지 가늠을 많이 했었다"고 말했다. 왜곡된 시선을 경계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설명.
특히 오지수를 두고 '성매매 중계자'가 아니냐는 시청자들의 의혹과 평도 있었지만, 김 감독은 "처음 '성매매 중계'의 경우에는 상상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고, 작가님의 세팅대로 해석을 했다. 제가 바라본 쪽은 성매매에 대해 모르고 있거나 왜곡된 시선을 개선하려고 했다. 구글링이나 논문, 초록을 보면서 형사사건이 어떻게 실제로 진행이 됐는지 기사도 찾아봤고, 초기에 대본을 받아보면서 그걸 알고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봤던 것 같다"고 밝히며 기획 단계에서 기울인 노력들을 언급했다.
10대의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이지만, 오히려 10대 청소년들은 볼 수 없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택한 '인간수업'이다. 이 결정이 선정적인 주제 선정 때문이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했지만, 김 감독은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에는 이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나면, 어떻게든 청소년들에게도 관심이 갈 수 있는데, 청소년들이 이걸 바로 볼 수 있는 드라마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대신에, 대본을 보자마자 한 생각은 이 드라마 속에서 구현되는 폭력이나 선정성의 수위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라야겠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들었고, 주제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연출로서 극도로 절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걸 다 놓치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제작진들에게 그런 부분은 피하고 싶다는 생각을 얘기했고 제작진도 공유했던 부분이라 그런식의 제작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미성년자의 성매매가 전면에 등장한 '인간수업'은 지상파나 TV매체가 아닌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있기에 만들어질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동안 MBC와 tvN 등에서 작품을 만들어왔던 김진민 감독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넷플릭스가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 대본을 읽었을 때 처음엔 겁이 났다. 안 날 수 없었다. 연출로서의 답이 대본을 보자마자 생기지는 않으니. 겁과 같이 온 것이, 이걸 안 잡으면 후회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두려움 때문에 안 할 작품이라면 뭐가 오든 두려울 거라고 생각했고, 젊은 신인 작가의 글이 자기가 솔직하게 쓴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를 세상이 잘못됐다고 냉소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그걸 그렇게 그리고 싶어한다는 모처럼 보는 작가정신이 있고, 날 위에 서있는 느낌이 있었다. 이 친구를 만나서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저를 이끌었다. 넷플릭스가 아니면 할 수 없다. 이런 것을 소재로도 하지 않을 거고, 시리즈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영화를 제외하고는 넷플릭스밖에 없는 것 같다. 어느정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그거에 대해 또 다른 방법으로 책임을 지려는 느낌의 서비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여기서는 이런 주제를 다룰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여기서 하지 않으면 안될 작품이라고 생각했고, 이왕이면 제가 하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의 이런 세계관을 풀어내준 것은 바로 청춘 배우들의 역할이었다. 김동희, 박주현, 정다빈, 남윤수 네 배우가 호흡하며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은 것. 김진민 감독은 특히 배우들이 가는 길은 믿음뿐이었다며 큰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극중 인물과 배우들의 나이가 훨씬 가깝기 때문에 배우들의 표현이 제 상상보다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고, 배우들이 제가 생각하는 표현의 기준점을 넘어선다면, 저들을 따라가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처음부터 생각을 많이 했다. 캐릭터 면면을 봤을 때 보시는 분들이 어떤 면으로 저들에게 다가가게 될지, 배우들의 외모와 외양을 고민했다. 그들이 연기를 하면서 고민하고, 표현해나가면서 직업적 배우로서의 한계나 돌파하는 것들을 늘 고민하는 거 같아서, 어느 순간부터는 연기를 의심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생각하며 촬영했다. 신에 대한 해석이 미진할 수 있지만, 그런 부분이 아니라면 배우들의 연기를 지켜보면서 크게 길을 잃지 않도록 하는 지점을 연출했다,"
'인간수업'은 최종회의 결말을 두고 시청자들의 의견이 분분했던 작품. 김 감독은 이에 대해서도 "작가의 영역이라고 생각했고, 마지막 대본을 크게 다른 두 대본을 썼었다. 많은 사람이 이게 낫다고 생각한 것이 지금 보신 엔딩이다. 열린 결말일지 아닐지는 보시는 분들이 따로 평가를 해주시면 좋을 거 같다. 연출하며 신경쓴 부분은 이들이 돌아설 기회는 있었고, 신호등이 켜질 기회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면 무시하고 건너서 사고가 나거나 신호등이 있다는 사실도 잊고 살게 되는데 그런 부분들이 작가님이 쓴 부분에서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드라마 속의 네 명 다, 누구 한 명도 사랑받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랑받을 캐릭터도 아니고, 무조건적으로 비나하거나 처벌할 수 없고, 이들의 이야기를 보고 시청자들이 판단하고, 저들이 저런 선택을 잘못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인지할 수 있는 정도로 그리려고 노력했고, 작가도 그런 부분을 만들어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상상을 해달라는 질문에 김 감독은 "개인적으로 둘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저기서 저들이 저지른 죄가 사해졌다, 제가 죄를 사하거나 벌하거나 할 능력을 가진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둘은 자기 인생을 살았을 거다. 선하게, 악하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살았을 거다. 작가는 그 지점에서 그걸 열린 결말로 주는 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결말을 맡겼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러분이 규리도 지수도 될 수 없지만, 자기 인생을 놓고 생각할 때 그 정도 단초할 수 있는 인생은 가지고 있지 않나. 자기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시선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드라마는 끝났고, 여러분은 지금의 자신에 대해, 지금의 삶, 사회에 대해 잘 살고 있나요'라는 질문 정도의 시선이라고 생각했고, 마지막에 카메라를 보는 시선을 가져가면 좋겠다고 동희 씨에게도 말했고, 답도 너희 속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밝히며 결말에 대한 해석을 시청자에게 넘겼다.
이 때문에 시즌2도 단언이 불가하다. 시작할 때부터 시즌제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김진민 감독은 "즌2에 대해서는 넷플릭스에 물어달라"며 "전혀 알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시작하면서는 다음 시즌을 기대하는 드라마로는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그거에 대해서는 넷플릭스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