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마지막 타석에서 큰 부담감을 이겨낸 노태형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18연패 탈출을 이끈 것은 한화 이글스를 대표해온 베테랑 김태균과 이용규였다. 하지만 확실하게 종지부를 찍은 것은 신예 노태형이었다.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해결사의 등장이었다.
최원호 감독 대행의 부임으로 시작된 서산발 태풍이 한화의 반등을 이끌고 있다.
최 대행은 지난 8일 부임과 동시에 무려 10명의 선수를 1군에서 말소하고, 9명의 새로운 선수를 콜업했다. 이에 대해 최 대행은 "1, 2군 전체를 바꿀까도 생각했다.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14연패 끝에 한용덕 전 감독의 사임까지 부른 1군에 대한 '극약 처방'이었다.
당시 2군으로 내려간 최진행 송광민 이성열 장시환 이태양 안영명 등은 한화 팬들에게도 익숙한 베테랑 선수들이다. 반면 새롭게 선보인 박한결 박정현 최인호 박상언 윤호솔 문동욱 황영국 등은 한화 팬들에게도 다소 생소한 이름들이다.
박정현 최인호 등이 간헐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연패는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최진행 이성열 등은 퓨처스에서도 맹타를 휘둘러 한화 팬들을 조급하게 했다. 최 대행도 "회복하고 오라고 2군 보냈다. 이성열의 경우 연습 배팅도 정타가 안 나올 정도의 컨디션이었다"면서도 "2경기 연속 홈런을 쳤던 최진행은 조금 아쉽더라"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퓨쳐스발 젊은피'에서 한화의 18연패를 끊는 '영웅'이 탄생했다. 7년차 무명 내야수 노태형이다. 올시즌 처음 1군에 데뷔한, 통산 9타수 2안타에 불과한 선수다. 지난 10일 퓨처스 경기 도중 갑작스럽게 최 대행의 부름을 받았다. 올시즌 2번째 콜업이다.
이날 노태형은 4대5로 뒤지고 있던 6회말 김민하 대신 1루수로 대타 출전했다. 첫 타석은 삼진, 7회 2번째 타석에선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골랐다.
그리고 운명의 9회말이 찾아왔다. 이날 한화는 김태균과 노시환의 홈런, 최재훈의 적시타를 앞세워 두산과 일진일퇴 공방을 펼쳤다. 두산은 박건우와 페르난데스, 김재환의 홈런으로 맞섰다. 한화는 7회 정은원의 2타점 역전타가 터졌지만, 8회 이유찬에게 다시 6대6 동점을 허용했다. 서스펜디드 경기에는 연장전이 없다. 무승부가 유력해보였다.
하지만 한화에는 노태형이 있었다. 노태형은 안타와 고의사구, 폭투로 만들어진 9회말 2사 2, 3루에서 두산 마무리 함덕주를 상대로 3유간을 가르는 끝내기 안타를 때려냈다. 한화로선 18연패 종료와 더불어 지난달 5월 23일 NC 다이노스 전 패배 이후 22일 만의 승리다. 노태형은 팀 동료들을 끌어안으며 포효했다.
노태형은 북일고 출신 우투좌타 내야수다. 2014년 2차 10라운드에 한화의 선택을 받았다. 당시 프로 구단에 지명받은 105명의 선수들 중 104번째였다. 공수에서 재능을 인정받아 6년간 육성 선수로 한화에 몸담았지만, 한번도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군대도 2017년 현역으로 다녀왔다. 매년 연말이면 방출 여부에 마음을 졸여야했다. 데뷔 7년차 선수지만, 여전히 연봉은 최저연봉(2700만원)이었다.
노태형에게 조금이나마 빛이 보인 것은 지난 겨울이었다. '캡틴' 이용규의 오키나와 개인훈련에 동행하게 된 것. 이용규로부터 경기에 임하는 팁부터 실생활 속 컨디션 관리까지 많은 것을 배웠다.
오랜 기다림만큼이나 환희는 달콤했다. 이날만큼은 끝내기 안타를 때린 노태형이 주인공이었다. 노태형은 "야구선수로서 꿈꿔왔던 순간이 현실로 다가왔다. 아직 믿을 수가 없다"면서 "긴 연패를 끊는데 일조한 것 같아 기쁘다. 한화 팬들에게 기억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앞으로도 1군에서 계속 활약하고 싶다"며 1군 생존에 대한 속내도 전했다.
노태형은 이날 2번째 경기에서도 5회 1대0으로 앞선 상황에서 추가 2점의 물꼬를 트는 안타를 때려내는가 하면, 7회에는 1, 2루간을 꿰뚫는 페르난데스의 안타성 타구를 건져내는 호수비까지 선보이며 한화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대전=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