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지난 28일 광양전용구장에서 펼쳐진 수원FC-전남전(2대1 수원FC 승).
경기 전 '원정팀' 수원FC 버스가 도착했다. 트렁크를 올리자 익숙한 검정 대형 가방 틈바구니 속에서 낯선 물건이 눈에 띄었다. 원정길에 좀처럼 볼 수 없는, 65인치 대형 TV였다. 전력 분석팀원들은 대형 TV를 들고 원정 라커룸으로 이동했다. 이날 뿐만이 아니다. 대형 TV는 수원FC 원정길마다 볼 수 있는 '특별한 동반자'다.
수원FC는 올 시즌 확 달라진 경기력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겨우내 신임 김도균 감독과 경험 많은 김호곤 단장은 선수 영입에 열을 올리며 선수단을 '업그레이드'했고, 팀에 공격적인 축구 색깔을 입히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수원FC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K리그2의 '승격 전쟁' 속 초반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개막 전 '빅3'로 불린 제주 유나이티드, 대전 하나시티즌, 경남FC를 제치고 승점 15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원정길에 함께 하는 대형 TV는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수원FC의 숨은 승리도우미 중 하나다. 수원FC는 올 시즌 영상 자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경기 전 화이트 보드에 상대 포메이션과 세트피스 상황 등을 직접 그리거나, 프린트 해놓는 다른 팀과 달리, 깔끔하게 그래픽을 만들어 직접 TV화면에 띄운다. 전반전이 끝나고는 비프로를 통해 얻은 영상을 바로 편집해 선수들에게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데이터도 화면을 통해 선수들에게 주지 시킨다.
이는 김 감독의 적극적인 요청 속 이루어졌다. 김 감독은 유럽 연수 중 영상 자료의 중요성을 배웠다. 시기도 잘 맞았다. 김 단장 부임 후 선수단 지원을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던 수원FC는 영상 자료 활용을 위해 스크린 등 제반 시설을 구축해놓았다. 보다 빠른 영상 확보를 위해 추가 지출도 마다하지 않았다. 수원FC는 비프로 영상을 활용한다. 올 시즌 K리그와 손을 잡은 데이터 전문 분석업체 비프로는 경기 후 1~2일이 지나면 데이터와 영상을 각 팀들에 공급한다. 당일 활용을 위해서는 돈을 내야했고, 수원FC는 선뜻 지갑을 열었다.
문제는 원정이었다. 홈경기는 미리 만들어놓은 스크린을 활용하면 됐다. 하지만 원정 경기장 라커룸에는 대부분 스크린이 설치돼 있지 않다. 때문에 수원FC도 당초 홈에서만 이 시스템을 활용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이 "시즌 절반이 원정으로 펼쳐지는 데 반쪽만 활용한다면 의미가 없다"고 강하게 요청했다. 김 단장은 이를 바로 받아들였고, 곧바로 대형 TV 구매를 지시했다. 원정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수원FC는 원정길에 TV를 들고 다니는 유일한 팀이다. 매 원정마다, 가뜩이나 많은 짐 속 대형 TV까지 챙기는 것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김 감독은 "전력 분석팀이 원정 때마다 TV때문에 고생한다"고 웃었다.
효과는 확실하다. 김 감독은 "말로 하는 것보다 영상을 직접 틀어주니 아무래도 이해도가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영상은 우리가 안되는 것, 상대가 준비한 것 위주로 간단하게 준비한다. 선수들이 물 마시는 동안 화면을 보니까 시간도 절약되고, 더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측면에서 만족스럽다"고 했다. 선수들의 반응도 좋다. 수원FC 관계자는 "요즘 선수들이 아무래도 영상에 익숙하다보니 확실히 반응이 좋다. 전술적 변화에 대해 이해가 높아졌다는 말을 들으면 준비한 우리도 기분이 좋다"고 했다. 잘나가는 팀에는 다 이유가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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