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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리포트]슬럼프-스트레스 딛고 300홈런 달성한 키움 박병호, 하지만 웃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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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국민타자' 박병호(키움 히어로즈)는 유독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출발이 좋지 않았다. 박병호는 시즌 초반 37경기서 타율이 1할9푼7리에 불과했다. 7개의 홈런을 만들어냈지만, 삼진 비율이 유독 높았다. 홈런 타자에게 훈장처럼 따라다니는 삼진이지만, 올 시즌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였다.

부상까지 겹쳤다. 고질인 무릎, 손목 통증을 극복하기 위해 주사 치료를 선택했지만, 지난달 중순엔 허리 통증까지 발생하면서 결국 10일짜리 부상자명단(IL)에 등재됐다. 키움 손 혁 감독은 박병호의 초반 부진과 부상 연관성을 두고 "없다고 할 순 없다"면서 "경기력이 생각보다 저조해지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그런 부분이 컨디션 관리에도 안좋은 쪽으로 가게 될 수밖에 없다는 관점에서 영향이 있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IL 복귀 후 타격감을 끌어 올리면서 부진 탈출에 시동을 걸었지만, 타율은 여전히 2할 초반에 그치고 있다.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 중 최하위. 박병호는 "안 좋은 시간이 길었다. 좀더 일찍 휴식을 취했어야 했다. 자신감이 떨어지고 다시 잡기 어려울 정도로 움직임이 깨져버렸다. 그런 모습이 오래 나오다 보니 스트레스도 커졌다"고 토로했다.

부진과 스트레스도 거포 본능을 잠재우진 못했다. 박병호는 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전에서 팀이 1-7로 뒤지던 5회초 1사 1루에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쳤다. 이 홈런으로 박병호는 KBO리그 14번째로 개인 통산 300홈런 달성의 주인공이 됐다. 앞서 쓴 9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에 이어 또 한 번 의미 있는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KT 김민수를 상대한 박병호는 볼카운트 2B-2S에서 들어온 5구째 125㎞ 슬라이더가 높게 형성되자,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방망이를 휘둘렀다. 높게 뜬 타구는 중견수가 추격을 포기할 정도로 여유롭게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홈런으로 연결됐다. 의미 있는 홈런이었지만, 박병호는 묵묵히 그라운드를 돌 뿐이었다.

박병호는 끝내 웃지 못했다. 선발 이승호가 일찌감치 무너진 키움은 KT에 2회 3점, 3회 4점을 내주며 끌려갔다. 4회 추격점에 이어 5회 박병호의 투런포로 격차를 좁혔지만, 7회 1사 1, 3루 찬스에서 추격점을 뽑지 못하는 등 침묵을 이어갔다. 추격 불씨가 살아 있던 8회에 3점을 허용, 격차는 더 벌어졌다. 9회 2점을 만회했지만 결과는 5대10, 5점차 패배와 루징시리즈. 박병호는 결국 미소 없이 더그아웃을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수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