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상대가 있는 야구란 종목은 제로섬 게임이다.
우리 팀 행복이 상대 팀 불행이다. 매 순간 희비가 엇갈린다.
8일 고척 키움-삼성전. 박해민 타구 하나가 양 쪽 덕아웃을 들었다 놓았다.
6-7로 한점 뒤진 삼성의 9회초 공격. 1사 후 박해민이 키움 마무리 조상우의 148㎞ 초구 직구를 강하게 당겼다. 중심에 맞은 타구. 홈런성 발사각도로 비행을 시작했다.
딱 소리가 나는 순간, 양 팀 덕아웃 선수단이 동시에 '반응'했다. 삼성은 기대했고, 키움은 덜컥했다.
하지만 타구는 창대한 시작에 비해 끝이 미약했다. 오른쪽 담장 바로 아래서 키움 우익수 김규민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마운드 위 조상우도 멋적은 미소와 함께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음날인 9일 고척 스카이돔. 경기를 앞둔 양 팀 사령탑의 반응은 어땠을까.
단 몇 초 간 동점 꿈을 꿨을 허삼영 감독.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 답게 "앞에서 좋은 포인트에서 맞아서 기대는 했다"고 담담하게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2시간 반을 이기다 마지막 30분 졌는데 내 불찰이었다. 결과론이지만 이기려고 노력한 선수단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을 손 혁 감독. 그는 타구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다만 "조상우가 잘 던지니까 멀리 안 나갔다고 본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필승조를 올릴 때 1점을 줄 거라고 생각한다. 요즘 타자들은 모두 투수의 실투를 담장을 넘길 기술과 힘이 있다. 동점이 되더라도 홈 경기 말 공격이 있을 때는 우리 타자들도 언제든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놀라긴 했다는 뜻이다.
양 팀 벤치의 희비를 갈랐던 박해민의 한방. 몇 m만 더 비행했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수많은 가정법 속에 끊임 없이 샘솟는 이야깃거리를 양산하는 야구. 실행은 어렵고, 평가는 쉽다. 그래서 야구가 더 재미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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