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오랜 기다림 끝에 미국 진출의 염원을 이룬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하지만 미국 생활이 참 쉽지 않다. 데뷔 시즌을 앞두고 코로나19 판데믹(대감염)으로 인해 메이저리그(MLB)가 뿌리채 흔들리더니, 이번엔 선발 경쟁에서 밀려나 익숙지 않은 마무리를 해야할 처지다.
손혁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김광현의 '은사'다. 김광현이 SK 와이번스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던 2018~2019년 투수코치로 함께 했다. 팔꿈치 수술로 인한 재활, 한국시리즈 우승의 영광, 메이저리그 진출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 한 끈끈한 인연이다.
KBO 시절 김광현의 등번호는 29번이었다. 세인트루이스에서는 33번을 달고 있다. LA 다저스의 전설적인 왼손 투수 샌디 쿠팩스의 등번호 32번에 1을 더한 번호다. 다름 아닌 손 감독의 추천이었다.
손 감독은 불펜으로 보직이 바뀐 김광현에 대해 "최근에 한번 통화했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투수는 선발로 던지려면 이것저것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다. 여러가지 공을 던져야한다"면서 "하지만 마무리나 불펜으로 나가게 됐으니까 자신이 자신 있는 거, 잘 던지는 것에 집중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세인트루이스의 마이크 실트 감독은 올시즌 팀의 5선발로 김광현 대신 카를로스 마르티네스를 기용하기로 결정했다. 김광현은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한다. 실트 감독은 "김광현은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자리가 없다. 큰 무대 경험이 풍부하고, 타자 유형을 가리지 않는 좋은 투수"라며 불펜의 키로 활용할 뜻을 드러냈다. 향후 경쟁 여부에 따라 조던 힉스가 시즌 불참을 선언한 마무리에 기용될 수도 있다.
김광현은 KBO리그 12시즌 동안 통산 136승77패 평균자책점 3.27를 기록했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거물 투수다. KBO 시절 불펜으로는 22경기밖에 경험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트 감독 입장에선 MLB 8년차, 세인트루이스에서 줄곧 뛰며 잔뼈가 굵은 마르티네스의 경쟁 상대가 아니었다. 김광현으로선 속상할 수밖에 없는 결과다.
이날 김광현은 22일 세인트루이스 지역 라디오 KMOX와의 인터뷰를 통해 담담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팀의 승리가 가장 중요하다. 1이닝을 던지게 되면, 내가 던지는 모든 공이 중요하다. 새로운 보직에서도 자신있게 던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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