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부산 사직구장 그라운드엔 최근 듬성듬성 흙바닥이 드러났다.
물 폭탄과 불볕더위가 할퀸 자국이다. 부산 시내 곳곳을 집어삼킨 장맛비가 물러간 직후 폭염 경보가 발령될 정도로 햇살이 강렬했고, 뜨거운 태양이 잔디를 태운 것이다. 지난달 29일 NC 다이노스전 이후 이틀 동안 내린 비를 지켜봐야 했던 롯데 관계자들은 31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커다란 외야 흙바닥을 바라보며 한숨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외야 뿐만 아니라 마운드 주변에도 잔디가 죽은 자리에는 예외없이 흙바닥이 자리잡고 있었다. 1~2일까지 경기가 계속될수록 흙바닥의 면적은 점점 커졌다.
롯데는 2018시즌을 마친 뒤 내-외야 잔디를 전면 교체했다. 2006년 인조잔디에서 천연잔디로 바꾼 지 12년 만의 대공사였다. '세입자' 롯데 구단이 8억3000만원을 투자했지만, '임대인' 부산시와 관리주체인 부산시설공단은 롯데가 나설 때까지 뒷짐만 지고 있었다. 큰 돈을 들여 보수한 잔디가 망가진 모습을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롯데 구단이 먼저 나서서 사직구장을 보수한 것은 잔디 교체 작업 외에도 많다. 전광판-조명탑-관중석 교체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비가 오는 날마다 물이 새는 '헌 집'이지만, 부산시나 공단은 '검토중'이라는 답변 뿐이었다. 지난해 6월 KT 위즈 강백호가 파울 타구 처리 도중 불펜 철망에 손바닥이 찢기는 사고가 난 이튿날도 마찬가지였다. 롯데는 경기 직후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관계자를 동원, 철야 작업을 해 하루 만에 보수를 했다. 그러나 부산시의 대응은 관계자가 10분 동안 '현장 점검'을 한 게 끝이었다.
이번 잔디 보수 역시 롯데가 고스란히 비난과 수고를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선수 경기력 뿐만 아니라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홈 경기 일정을 마치는 대로 보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집주인'인 부산시나 공단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사직구장은 '국내 최악의 야구장'으로 자주 언급된다. 시설이 가장 낙후된 야구장이다. 전면적인 보수도 쉽지 않아 관중 편의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선수, 관계자 뿐만 아니라 부산시의 주인인 부산 시민들조차 불편과 개선을 십수년째 토로할 정도다. 홈팀 롯데가 매년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하고 있지만, 30년을 훌쩍 넘긴 사직구장은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선거철마다 부산시장 후보들이 '신구장 추진' 공약을 내걸며 표심을 잡았지만, 선거 이후 공수표가 될 뿐이었다.
최근 공석인 부산시장 자리를 노리는 예비후보들이 야구장 신축 공약을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야구계에선 이번에도 부산 새구장이 정치놀음의 도구가 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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