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올시즌 SK 와이번스의 가장 큰 숙제는 타격이었다.
지난시즌 내내 1위를 달리다가 두산 베어스에 정규리그 우승을 내준 것은 타격 부진 때문이었고, 올시즌은 타격에서 나아진 모습을 보여야 했다. 하지만 올시즌 오히려 더 떨어지는 모습이다.
SK는 정확성이 좋은 팀은 아니었다. 작은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을 활용해 홈런의 팀으로 상대를 떨게 했다. 234개의 홈런으로 역대 팀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운 지난 2017년을 보면 팀타율은 2할7푼1리였다. 나름 높은 타율이었지만 당시엔 못치는 것이었다. 10개팀 중 꼴찌였다. 당시 리그 전체 타율은 2할8푼6리.
정규시즌 2위로 올라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뤘던 2018년에도 홈런은 233개로 1위였지만 팀타율은 2할8푼1리로 전체 7위에 머물렀다. 홈런 덕분에 팀득점이 829점으로 3위에 오르면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2019년엔 반발력이 떨어진 공인구 여파를 받으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구단으로 SK가 꼽혔다. 홈런이 117개로 2018년의 절반으로 뚝 떨어진 것. 그래도 전체 홈런 3위로 체면치례는 했다. 팀타율은 2할6푼2리로 7위였지만 응집력과 홈런으로 득점은 655득점으로 전체 4위였다. 김광현과 앙헬 산체스 헨리 소사 등이 이끄는 막강 선발진에 세이브왕 하재훈이 버틴 불펜진으로 승리를 지켜나가며 1위를 달렸지만 시즌 막판 두산의 맹추격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두산과 같은 88승1무55패를 기록해 공동 1위가 됐는데 상대전적에서 밀려 정규시즌 2위가 됐다. 플레이오프에선 키움 히어로즈에 패했고, 결국 최종 순위 3위가 됐다.
지난해 우승을 하지 못했던 원인으로 결국 타격을 꼽을 수밖에 없었다.
SK 염경엽 감독은 SK 타자들이 기복이 심한 이유로 자신만의 루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점에 주목했고, 꾸준한 성적을 위해 루틴을 만들어 갈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지난시즌 3할 타율을 기록한 타자는 고종욱(0.323)뿐이었다.
올시즌 다시 한번 성공적인 루틴을 만들기를 바랐지만 쉽지 않다.
9일까지 치른 78경기서 팀 타율은 2할4푼1리로 9위다. 전체 타율이 2할7푼4리이니 차이가 크다. 3할 타자는 1명도 없다. 주전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인해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도 최 정과 최지훈 제이미 로맥 등 3명 뿐이다. 팀내 타격 1위는 최 정인데 타율이 2할7푼8리다. 전체 타격 순위 42위.
월별 타격 성적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7월에 타율 2할5푼7리로 좋아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8월들어 다시 떨어지는 모습이다. 8월 5경기서 팀타율이 1할8푼4리다. 2할이 안되는 극심한 타격 부진이다. 5경기서 얻은 득점이 겨우 6점. 강우 콜드게임으로 승리한 지난 8일 삼성 라이온즈전서 4점을 뽑았고, 6일 롯데 자이언츠전서 2점을 뽑은게 전부였다. 나머지 3경기서는 모두 무득점에 그쳤다.
타격에 대한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내년시즌에 대한 희망을 가지기 힘들다는 점이다. 마운드는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박종훈과 문승원이 올시즌에도 자신의 몫을 해주고 있고, 이건욱이라는 새로운 선발 투수를 발굴했다. 외국인 투수만 잘 영입한다면 충분히 해볼 수 있다. 불펜진도 하재훈이 건강하게 돌아와 뒷문을 책임진다면 지난해와 같은 좋은 필승조가 구성될 수 있다.
타격은 FA를 영입하거나 트레이드를 하지 않는다면 구성이 달라지기 어렵다. 물론 지난 2년간의 실패를 거울삼아 내년시즌 타격이 반등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것을 보면 정확성에서는 쉽지 않은 모습이다. 올시즌에 타자들마다 타격에 대한 자신의 것을 찾아야 이를 바탕으로 내년시즌 더 발전된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성공 사례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진 성공했다고 여길 타자가 보이지 않는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하지만 여기엔 타자들이 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타자들이 점수를 내지 못하면 아무리 투수들이 무실점으로 막아도 결국 0대0 무승부에 그친다. 타자들이 잘 쳐서 점수를 내야 덕아웃 분위기가 좋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상황에서 SK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새 외국인 타자 타일러 화이트다. 14일 자가격리가 끝나는 화이트는 이르면 18일 인천 한화 이글스전부터 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시즌 절반을 지났지만 가을 야구는 이미 쉽지 않다. 내년에 대한 희망이라도 찾아야 한다. 시작은 타격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SK 월별 팀타격 성적
5월=23경기=타율 0.243(9위)=18홈런(8위)=96득점(9위)
6월=25경기=타율 0.235(10위)=20홈런(공동 7위)=82득점(10위)
7월=25경기=타율 0.257(9위)=32홈런(2위)=116득점(9위)
8월=5경기=타율 0.184(10위)=1홈런(10위)=6득점(10위)
총계=78경기=타율 0.241(9위)=71홈런(공동 6위)=300득점(9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