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오늘만큼은 우리가 (박)종훈이를 도와준 것 같다."
인터뷰실에 들어선 SK 와이번스 한동민의 얼굴은 홈런과 승리에도 불구하고 밝지 않았다. 박종훈 이야기가 나오자 비로소 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SK는 1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 전에서 한동민과 로맥의 홈런포를 앞세워 9대3으로 승리했다.
이날 한동민은 2타수 1안타(홈런) 2볼넷 1사구로 2타점 3득점을 올리며 종횡무진 활약했다. 특히 지난 7월 29일 LG 트윈스 전 이후 20일만에 홈런을 쏘아올리며 손맛을 봤다.
시즌 초반 홈런 선두를 질주하던 한동민은 5월 24일 파울 타구에 정강이를 맞아 큰 부상을 당했다. 복귀까지는 한달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복귀 이후로도 좀처럼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했다.
한동민은 이에 대해 "보호대 위에 맞았는데도 걷지도 못할 만큼 다쳤다. 처음에 '미세 골절' 진단 나왔을 때는 너무 힘들었다. '골 타박상'이라는 말에 너무 조급하게 빨리 컨디션을 올리려고 했던 것 같다. 부상이 오래 가더라"며 "매 시즌 이렇게 한번씩 크게 다치는 것 같아 스트레스가 심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복귀 이후 성적에 대햇서도 "컨디션은 좋았다. 공은 잘 보였다. 이상하게 안 맞더라. 안타도 홈런도 잘 나오지 않았다"며 마음 고생을 드러냈다. 이어 "팀 성적이 좋진 않지만, 코치진도 선수들도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SK의 4~5선발 역할을 수행했던 박종훈과 문승원은 올시즌 사실상 1~2선발로 활약중이다. 닉 킹엄의 퇴출, 리카르도 핀토의 부진 등 외국인 선수들조차 도와주지 않았다. 올시즌 내내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하는 선발투수는 두 사람 뿐이다.
이날 박종훈은 5이닝 동안 몸에 맞는 볼 3개 포함 사사구 7개, 안타 8개를 허용하며 3실점했지만, 타선의 지원 속에 안정을 되찾았다. 한동민은 "난 투수를 안해봤지만, 마음처럼 안되는 날이 있기 마련"이라며 "타자들이 잘 쳐서 오늘은 종훈이를 도와준 것 같다"며 웃었다.
하지만 SK는 지난 주말 KIA 타이거즈와의 3연전에서 스윕을 당했다. 향후 팀 성적도 9위가 거의 확정적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내야진끼리의 사인이 맞지 않는가 하면, 사사구 11개를 내주는 등 전반적인 경기 내용은 썩 좋지 못했다.
한동민은 "너무 생각이 많으면 경기가 잘 안되는 것 같다. 한경기 한경기,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 뿐"이라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인천=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