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프로 2년차 선수답지 않게 여유가 느껴졌다. 최근 마음이 편안해졌다. LG 트윈스 필승조 정우영(21)이 7월 말부터 반등할 수 있었던 계기는 두 가지였다. 부활한 마무리 투수 고우석과 피칭 터널링 효과였다.
정우영은 최근 9경기 연속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으면서 팀 승리를 지켜내고 있다. 멀티이닝도 세 차례나 소화하면서 1승 5홀드를 기록했다.
우선 오해부터 풀었다. 지난 16일 창원 NC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우영이 나와야 할 타이밍에 최성훈과 이정용이 마운드에 올랐다. 정우영은 "허리가 안좋아서 쉰다고 말씀드렸다. 지금 몸 상태가 괜찮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마무리로 나가는 것보다) 확실히 중간에 나가는 것이 심리적으로 편하다. 뒤에 (고)우석이 형이 있다는 것이 편하더라"고 말했다. 정우영은 마무리 고우석이 시즌 개막 직후 무릎 부상으로 두 달간 실전에 복귀하지 못했다. 7월 중순 돌아왔지만, 제 기량을 끌어올리는데까진 보름 정도 시간이 필요했다. 고우석이 없는 사이 정우영이 마무리를 맡았다. 마무리에 대한 압박감에 대해선 "내 뒤에 아무도 없으니 부담감이 컸었다"고 고백했다.
LG 필승조가 다시 좋았을 때 시스템을 갖췄다. 정우영이 최근 '언터처블'로 변신한 건 발품을 팔아 얻어낸 '피칭 터널링' 효과다. 2015년 미국 야구분석가 존 로젤이 소개해 알려진 피칭의 터널링 효과는 같은 궤적으로 다른 구종을 던져 타자의 타격 타이밍을 빼앗는 기술이다. 투수의 공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통과한 뒤 갑자기 타자에게 나타나는 효과를 준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우영은 "캐치볼하면서 체인지업을 계속 연습하고 있다. (임)찬규 형이 잘 던지고 최일언과 가득염 코치님이 잘 알려주신다. 나한테 맞는 것을 하고 있다"며 "타자 형들한테 물어봤는데 '피칭 터널링' 효과라고 하더라. 신구종 체인지업을 연마하는 건 유리한 볼카운트 싸움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삼진을 잡을 상황에선 체인지업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투심과 회전력이 비슷하니 타이밍 빼앗을 때는 괜찮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키였던 지난 시즌에는 딱 이맘 때 즈음 슬럼프가 찾아왔다. 정우영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이것만 넘기자는 생각이다. 확실히 지난해보다는 준비를 잘해 어깨도 문제가 없는 것 같다." 그러면서 포스트시즌에 대한 동기부여를 밝혔다.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면 좋은데 팀이 지난해보다 한 단계 위에서 끝냈으면 좋겠다." 잠실=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