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지난 23일 광주 키움전. 이날 KIA 타이거즈의 선발로 마운드에 선 임기영은 키움의 다이나마이트 타선을 견디지 못했다. 2이닝(시즌 최소이닝) 동안 1홈런을 포함 10안타를 얻어맞으며 시즌 최다실점(8실점)을 하고 말았다.
KIA 벤치에선 고민에 휩싸였다. 3회부터 바꿀 투수가 필요했다. 치열한 5강 싸움 중이고, 1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경기수를 소화해 잔여경기가 가장 많이 남은 상황에서 10월에도 가을야구 경쟁을 하기 위해선 최대한 불펜진을 아껴야 했다.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긴 셈. 서재응 투수 코치와 상의한 맷 윌리엄스 감독은 지난 22일 1군에 등록된 김현수를 낙점했다.
김현수는 씩씩했다. 0-8로 뒤진 3회부터 7회까지 5이닝을 소화하며 3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올 시즌 2군에서 선발수업을 받고 있던 터라 5~6이닝 소화도 문제없었다. 최대 3이닝까지 버틸 수 있는 롱릴리프와는 차원이 다른 모습을 보였다.
비록 승부가 이미 기운 상황이었다. KIA 타자들은 상대 선발 제이크 브리검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키움 타자들도 빅이닝을 만들어냈던 1~2회보다는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김현수에게서 긍정적인 모습을 찾을 수 있었던 건 자신의 공을 뿌리면서 이닝을 먹었다는 것이다. 도망가지 않지 않았고, 140km대 중반 직구로 힘 대결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1대13으로 대패한 가운데서 KIA가 얻은 유일한 소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김현수는 올 시즌 '안치홍의 보상선수'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KIA로 둥지를 옮긴 뒤 바라던 구속도 늘어나면서 비 시즌 잠시 5선발 경쟁을 하기도. 그러나 경험에서 임기영과 홍상삼에게 밀려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지 않았다. 구단에선 멀리 내다봤다. 젊은 김현수를 향후 1군 선발자원으로 분류, 2군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돌며 경험을 쌓게 했다. 동기부여도 필요했다. 김현수는 5월 26일 1군에 등록했고, 5월 29일 광주 LG전에서 이적 데뷔전을 치렀다. 보직은 추격조였다. 당시에는 박준표-전상현-문경찬으로 이뤄진 탄탄한 필승조가 짜여져 있었기 때문에 김현수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아쉬움은 임시 선발로 낙점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선발 로테이션을 도는 5명의 선수들이 부상 또는 휴식을 가질 때 2군 투수들이 공백을 메우는데 그 때마다 기회를 받은 건 김기훈이었다. 원광대 에이스 출신 양승철도 '오프너' 역할을 하기도. 다만 김현수에게는 1군에서 오래 던질 수 있는 기회가 좀처럼 다가오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23일 광주 키움전에서 예기치 않게 기회를 잡았고, 자신에게 주어진 미션을 200% 이뤄냈다.
김현수의 5이닝 소화 덕분에 불펜 과부하도 막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점은 임기영을 대체할 수 있다는 믿음도 줬다. 임기영은 6일 만에 선발 마운드에 섰지만, 구위가 뚝 떨어져 있었다. 투수 코치 파트에서 5선발에 변화를 줄 경우 김기훈 양승철에다 경쟁력을 보인 김현수도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수원=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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