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 선수단 주장인 이용규를 비롯해 윤규진, 안영명, 송광민, 최진행 등 선수단 11명을 정리했다. 단순한 정리가 아니였다. 지난 몇년간 꾸준히 팀 전력의 중심이었던, 팬들에게 가장 익숙하게 잘 알려진 핵심 선수들에게 과감하게 방출을 통보했다. 뿐만 아니었다. 장종훈, 송진우 등 '레전드' 코치들을 포함해 9명의 코치진도 정리했다. 코칭스태프는 새 사령탑 선임을 앞두고 하는 당연한 작업이라 쳐도, 선수단 정리는 그 어떤 해 보다 과감했다. 야구계 관계자들은 "한화가 올해는 정말 작정을 한 것 같다"고 바라봤다.
최하위에 그친 한화의 특수 상황이 포함됐지만, 한화 외에도 타 구단들 모두 일찌감치 선수단 정리에 돌입했다. 포스트시즌 경기가 한창인 두산 베어스도 8일 코칭스태프 4명과 선수단 13명을 정리했다. 김승회 권 혁 정상호 등 고참 선수들은 은퇴하기로 했고, 이천에 있었던 유지훤 장원진 최해명 최경환 등 베테랑 코치들과도 작별했다. 두산의 시즌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을 보면 예상보다 훨씬 과감한 행보다. 이들에게 새 팀을 찾을 기회를 주는 것도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한 잣대가 기준점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SK 와이번스는 윤석민 채태인 김재현 등 11명의 선수를 내보냈고,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 KIA 타이거즈 등 다른 구단들도 빨리 움직여 방출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이런 대규모 방출 행렬은 그간 없었던 이례적인 일이다. 구단들은 매해 시즌이 끝나면 내보낼 선수와 새로 영입할 선수 명단을 정리했지만, 이처럼 큰 규모와 여러명의 선수가 정리 대상이 되진 않았었다. '새로운 팀'과 '리빌딩'에 대한 구단들의 개념이 더욱 명확해지고, 그 어느때보다 객관적인 시점으로 선수단 정리에 나선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의리'와 '신뢰'를 강조해왔던 한화조차 당장 올해 선수단 주장을 맡았고 개인 성적이 나쁘지 않았던 이용규를 내보낼만큼 냉철해졌다.
구단 관계자들은 아직 "진짜 칼바람은 시작도 안했다"고 입 모아 말했다. 올해 구단들의 적자가 예상보다 심각하다. 우여곡절 끝에 144경기를 다 치렀기 때문에 선수들은 올해 계약된 연봉은 문제 없이 지급된다. 선수단 연봉 삭감은 없었다. 그러나 여파를 피해갈 수는 없다. 내년도 연봉에 직격탄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가장 큰 피해는 예상해왔던대로 저연봉, 저연차 선수들을 향할 것이다.
FA(자유계약선수)도 마찬가지다. '준척급' 이상으로 꼽히는 선수들이야 2개 구단 이상 경쟁이 붙으면 오히려 작년 FA 선언했던 선수들 보다 좋은 조건에 계약할 수 있다. 하지만 타 구단 영입 의사가 없다면, '역대급 한파'였던 작년보다 더 안좋은 조건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견해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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