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야구 팬들의 가장 큰 관심이 모이는 가을 축제의 꽃 한국시리즈.
가장 세련돼야 할 무대에서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20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NC의 한국시리즈 3차전.
7-6으로 앞선 두산의 8회말 공격. 1사 3루에서 두산 정수빈이 2구째 번트를 시도했다.
원종현의 슬라이더가 타자 몸쪽에서 가라 앉으면서 정수빈이 내민 배트 아래를 지나 오픈 자세를 취한 타자의 뒷발(왼발)에 맞고 뒤로 흘렀다. 구심의 양 팔이 하늘을 향했다. 파울 판정.
정수빈은 보호대를 풀며 배트가 아닌 몸에 맞았다고 주장했다. 두산 벤치의 요청으로 비디오 판독이 이뤄졌다. 파울 원심이 사구로 번복됐다. 비디오판독 규정의 사각지대가 빚어낸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었다.
'비디오 판독 대상 플레이'를 규정한 KBO리그 규정 제28조 3항의 '몸에 맞는 공' 부연에는 '타자가 공에 맞았을 때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는지, 스윙을 했는지, 피하려는 시도를 했는지는 비디오판독 대상이 아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 규정 때문에 비디오판독실에서 내릴 수 있는 판단은 오직 '몸에 맞았느냐, 안 맞았느냐' 밖에 없었다.
발끈한 NC 이동욱 감독이 퇴장을 각오하고 뛰쳐나왔다. "배트가 나왔으니 파울 판정이 난 거였을 텐데, 스윙 체크도 안하고 비디오 판독을 하느냐"는 어필이었다.
심판진이 난처해졌다.
최초 판정이었던 파울 오심이 스윙 여부를 건너 뛰어 사구로 번복되는 건 비약적 모순이기 때문이었다.
파울 콜을 했다는 사실은 적어도 번트 스윙이 이뤄졌다는 전제로 밖에 해석할 여지가 없다. 일반적인 경우 배트를 거두는 과정에서 공이 맞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이번 상황 만큼은 아니었다. 명백하게 '번트를 시도한 것'을 전제로 한 파울 원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동욱 감독의 어필을 받아들여 비디오 판독실에 내린 '사구 판정'을 뒤집을 수도 없는 노릇.
심판 4명이 모여 머리를 맞댔다. 10분 여가 흘렀다. 딱히 묘안은 없었다.
결국 이동욱 감독에게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설득해 벤치로 돌려보냈다. 그리고는 마이크를 잡고 "이동욱 감독의 어필은 비디오판독이 아닌 스윙 여부에 관한 내용이라 퇴장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자, 시간을 되돌려보자.
애당초 배트에 스치지도 않은 타구가 파울로 판정 되면서 모든 것이 꼬였다.
이 상황에 대한 근본적 쟁점은 '파울이냐 사구냐'가 아닌 '스윙이냐 사구냐'였어야 했다.
하지만 주심이 파울 판정을 내리면서 NC 벤치나 포수 양의지는 정수빈의 스윙 여부를 3루심에게 요청할 기회조차 잃어버리고 말았다.
만약 스윙으로 판정 됐다면 스윙 후 몸에 맞은 사구는 인정되지 않는다. 정수빈의 발을 맞고 뒤로 튄 공은 볼 데드가 된다. 당연히 홈으로 뛰어든 3루 주자 박세혁의 득점도 인정되지 않는다.
두산이 1사 1,3루 찬스에서 추가 득점에 실패했고, 경기는 그대로 7대6 두산 승리로 끝났다. 일파만파로 번질 수 있었던 판정 논란도 메인 이슈에서 살짝 비껴갔다.
다행히 양 팀 모두 판정 피해를 보지 않았지만, 오심이 엉뚱한 결론으로 이어지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장면이 다시 반복돼서는 안된다.
비디오 판독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폭 넓은 세부 조항의 보완이 필요한 이유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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