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올해는 동점 상황이라도 이길 확률이 있다고 생각되면 김원중을 투입할 생각이다."
허문회 감독이 달라질 2021 롯데 자이언츠를 예고했다.
새 시즌을 앞둔 롯데 불펜진은 "작년에 관리를 잘 받은 덕분에 올해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2020년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가 194⅓이닝, 토종 에이스 박세웅이 147⅓이닝을 책임졌다. 노경은도 133이닝을 소화했다.
대신 불펜은 60이닝을 넘긴 투수가 구승민 한 명(60⅓이닝) 뿐이었다. 김원중이 59⅓이닝을 던졌고, 김대우 등 다른 불펜들은 50이닝도 채 넘기지 않았다. 야수 출신답지 않은 허 감독의 세심한 관리가 돋보인다.
특히 김원중의 등판 타이밍은 정해져있었다. '원정경기(초공), 동점 상황에서는 쓰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중간계투로 투입된 일부 경기를 제외하면, 김원중은 원정의 경우 '이기고 있는 경기'의 마지막 1회에만 투입됐다.
하지만 허 감독은 '김원중을 너무 아낀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2020 롯데는 '접전 최약체'였다. 무려 14번의 끝내기 패배를 당했고, KBO리그 역대 최초 '전구단 상대 끝내기 패배'라는 불명예도 안았다. 연장전 승패도 4승15패에 불과하다.
특히 동점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를 먼저 올린 상대팀의 과감한 승부에 무너지곤 했다. 1점차 승부에서의 승률이 좀더 높았다면, 시즌 막판까지 5위를 경합할 수 있었다.
연장전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한방'이다. 하지만 롯데 타선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스탯티즈 기준)은 20.55, OPS(출루율+장타율)는 0.762로 각각 10개 구단 중 6위였다. 연장전에 돌입해도 롯데 타선의 OPS는 0.775로 공동 4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적인 승패는 아니다.
3일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허 감독은 "올해는 (김원중)운용을 좀 바꿔보려고 한다. 무조건 그렇게 하기보다 상황에 따라, 이용훈 투수코치와의 논의를 통해 투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명히 원정에서 김원중을 아끼다보니 진 경기가 있었다. 하지만 김원중은 지난해 처음 마무리를 맡은 선수다. 부상이나 여러가지 우려가 많았다. 그렇게 해서 경기는 졌지만, 김원중은 부상없이 한 시즌을 소화했다. 선수는 구단 자산 아닌가. 이제 마무리에 적응을 했으니까, 올해는 좀 바꿔보겠다. . 작년보다 원정에서 조금 더 던지게 될 거다."
특히 허 감독은 접전 상황에서의 패배에 대해 '기세에서 밀렸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선수들이 좀더 '으X으X' 해주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같은 마무리투수가 등판하면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진다. 아직 부족하지만, 1년간 마무리로서 신뢰를 쌓은 김원중의 투입을 통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1점차 승부는 운에 맡긴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들이 성장할 것'이라던 작년과는 조금 달라진 셈이다.
하지만 불펜 관리에 대한 신념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허 감독은 "나라고 이기고 싶지 않겠나"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불펜이 정규시즌에 65이닝 이상 던지면 부상 염려가 있다. 1군 뿐 아니라 2군 이닝수도 고려해야한다. 다칠 확률이 높은 걸 뻔히 아는데, 감독으로서 '못되게' 하는 게 안되더라. 선수들을 무리시키면 이겨도 마음이 편치않다. 순리대로 이기는 게 중요하다."
창단 40년째를 맞이한 롯데 자이언츠 역사상 정규시즌 우승은 한번도 없었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최동원과 염종석으로 대표되는 1984년, 1992년 두 차례 뿐이다. 내년이면 '한국시리즈 우승' 30주년을 찍을 판이다.
허 감독 부임 첫해, 롯데는 꼴찌의 악몽을 딛고 7위로 뛰어올랐다. 허 감독은 올해 목표를 '4강'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3계단, 올해 또 3계단 올라서겠다는 것. 부임 3년차에 3계단 올라서면 1위가 된다.
"다른 팀들과 달리 FA 이적 같은 전력 누수가 없었다. 비시즌에도 이석환 대표님께 'FA 데려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렸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기대한다. 우리 선수들의 장점을 살리는게 중요하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