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K리그의, K리그에 의한, K리그를 위한 채널이 생긴다.
K리그의 오랜 고민은 '중계'였다. 프로스포츠의 핵심은 관중, 그리고 TV 중계다. 프로스포츠는 중계를 바탕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왔다. 프로야구가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평가를 받는 것도, 프로배구가 인기를 계속 끌고 있는 것도 안정적인 중계의 힘이 컸다. K리그의 경우 최근 다양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중계 범위를 넓히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열악한 게 현실이었다.
이 흐름을 깰, 획기적인 변화가 시작된다. K리그 중계를 중심으로 하는 스포츠 전문 채널이 생긴다. 프로스포츠 리그가 직접 방송채널을 운영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KT는 4일 광화문 KT East 사옥에서 'K리그 중심 스포츠 전문 채널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업무협약식에는 권오갑 연맹 총재와 구현모 KT 대표를 비롯해 양사 주요 임원들이 참석했다.
연맹은 K리그 가치 향상을 위해 K리그 전문 채널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번 실무를 진두지휘한 조연상 사무총장은 "1차적으로 K리그 경기를 안정적으로 편성하고, K리그 콘텐츠를 개발하고, 중계권 가치를 높이고, 뉴미디어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직접 스포츠 중계 채널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연맹은 KT그룹와 스포츠 중계 채널 사업을 운영하는 합작회사 설립을 협의했다. KT의 그룹사이자, 위성방송사업자인 KT스카이라이프의 자회사인 skylifeTV가 보유한 스포츠 전문 채널 'skySports'를 분할하고, 연맹이 지분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합작회사를 출범키로 최종 합의했다. 관련 인허가 절차 등을 거쳐 4월내 출범 예정이다.
향후 연맹과 skylifeTV는 이 채널을 공동으로 운영한다. 지식재산권(IP) 홀더가 미디어기업과 합작투자를 통해 스포츠 콘텐츠 시장의 주요주체로 활동한 것은 세계적으로 다양한 사례가 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2018년 중국 Super Sports Media와 합작법인 SFCM(The Spanish Football Commercial & Marketing)을 만들어 중국내 라리가 콘텐츠 가치 상승을 견인한 바 있고, 미국프로골프(PGA) Tour는 2018년 미국 Discovery와 합작으로 GolfTV를 만들어 온라인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구축했다.
국내에서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최초다. 연맹은 직접 채널 운영에 참여, 제작, 유통까지 진행한다. K리그 경기 편성 확대와 중계방송 품질 향상, K리그 관련 영상 콘텐츠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 조 총장은 "이를 통해 1차적으로 팬들의 K리그 접근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향후 스카이스포츠를 활용한 K리그 중계권 판매, 해외축구나 국내 타 종목 콘텐츠 유통 등으로 별도 수익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파트너십 계약을 통해 플랫폼이 아닌 콘텐츠 중심의 생태계를 만들고, 직접 제작, 기획까지 나서는 만큼 해외 시장 진출도 용이해질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연맹은 K리그 중계를 중심으로 한 스포츠 전문 토탈 미디어를 지향, 스포츠 중계콘텐츠 시장의 변화를 불러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독자적인 중계채널 및 중계권 유통 채널을 구축해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에서의 적응력을 높이고, 중계권 시장에서 단단한 입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권 총재는 "연맹과 KT, skylifeTV가 참여하는 합작 회사설립은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시도되는 것으로,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K리그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