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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귀'로 1년간 고생한 주민규 "올해는 행복하게 축구하고 싶다"[전훈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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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행복하게 축구하고 싶어요."

주민규(31·제주 유나이티드)의 올 시즌 목표는 '특별'했다. 이유가 있다. 주민규는 지난 시즌 내내 '사마귀(바이러스성 표피 종양)'로 고생했다. 왼쪽 엄지발가락에 난 사마귀로 1년 내내 정상적으로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다. 제주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주민규는 "2주 운동하고 일주일 쉬는 패턴을 1년 내내 반복했다. 스트레스가 너무 컸다. 감독님께도, 동료들에게도 미안했다"며 "올해는 안다치고 경기를 하는게 목표다. 컨디션이 좋아야 실력도 나올 수 있다. 행복하게 축구하고 싶다"고 했다.

사마귀의 악령은 상상 이상이었다. 주민규는 "나도 이렇게 오래갈지 몰랐다. 부상도 아니라, 쉬기도 애매했다. 한번에 5~6번 정도 치료를 해야 하는데 그러면 두달 정도를 쉬어야 하니까, 차라리 부상이면 할 말이 있을 것 같은데 사마귀라 민망함도 있었다"고 했다. 주민규는 치료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그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모든 치료는 다 받은 것 같다. 명의란 명의는 다 찾아 나섰다. 그래도 안되더라"며 "발가락 앞을 감싸느라 왼쪽 축구화만 크게 신기도 했다. 참고 뛰다보니 밸런스가 무너져 다른 부상이 오더라. 축구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끝이 보였다. 이제 90% 정도는 회복이 됐다. 재발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지만, 별 무리 없이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주민규는 "K리그1에 복귀한 만큼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시즌 제주로 이적한 주민규는 섬생활에도 만족하고 있다. 그는 "처음에 왔을 때만 해도 주변 지인들이 '섬가서 뭐하냐, 못버틴다' 했는데 삶이 재밌다. 친구들이나 선수들에게도 제주를 추천한다. 아내도 제주에서의 삶을 너무 좋아한다"고 했다.

이제 남은건 올 시즌, 지난 시즌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다. 주민규는 "감독님께서 목표를 우승으로 정하셨다. 우리도 따라가야 한다. 안 따라가면 감독님을 못 믿는다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책임감도 늘었다. 주민규는 "형들이 없다보니 '내가 나이를 먹었구나'나 싶다. 울산에 있을 때는 볼도 들고 그랬는데, 여기 오니까 4번째더라.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늘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2017년의 모습을 뛰어넘는게 목표다. 당시 주민규는 상주 상무 소속으로 1부리그에서 32경기에 출전해 17골-6도움을 기록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주민규는 "2017년 만큼, 그때를 뛰어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상무 때 기억보다 더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자신감도 있다. 주민규는 "당시 상주는 화려했다. 지금 제주는 화려하면서도 단단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남기일 감독님도 계시고, 정조국 코치님도 열심히 가르쳐 주신다.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만큼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서귀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