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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PO 제도의 역설' 지쳐버린 1위, 펄펄 난 4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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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지쳐버린 1위, 펄펄 날았던 4위.

2020~2021 KB국민은행 리브모바일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가 막을 내렸다. 정규리그 2위 청주 KB스타즈와 4위 용인 삼성생명의 챔피언결정전 매치업이 완성됐다.

4위 삼성생명은 3일 열린 정규리그 1위 아산 우리은행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64대47로 완승, 시리즈 전적 2승1패 업셋을 완성했다. 정규리그 4위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건 2001년 한빛은행(우리은행 전신)에 이어 20년 만에 나온 역대 두 번째 기록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우리은행의 압도적 우세를 예상했다. 삼성생명 배혜윤이 "모두가 우리팀이 0대2로 진다고 했다. 그 예상을 뒤엎고 싶었다"고 했을 정도.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삼성생명은 모든 선수들의 몸놀림이 가벼웠고, 조직적으로 잘 움직였다. 반대로 우리은행 선수들은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3차전 김소니아는 점프도 하기 힘겨워했다. 리바운드 싸움에서 삼성생명이 압도를 하고, 강력한 압박 수비를 펼치니 우리은행은 무리한 1대1 공격밖에 할 게 없었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경기 후 "변명같이 들리겠지만, 정규리그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을 하며 힘을 다 쏟아버렸다"고 했다. 체력 방전의 이유였다. 우리은행은 6라운드 초반까지만 해도 2위로 시즌을 마칠 것 같았지만, KB스타즈의 부진에 우승 기회를 잡았고 매 경기 결승전인 것처럼 뛰었다. 남자 농구와는 달리 경기에 나서는 6~7명 선수가 계속해서 풀타임을 소화하는 여자농구 특성상 체력 소모가 극심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우리은행은 박혜진을 제외하고 대부분 선수들이 주전으로 풀타임을 소화한 경험이 부족하고, 큰 경기 경험도 없어 스스로의 체력 안배에 한계가 있었다.

반대로 삼성생명은 6라운드를 치르기 전부터 사실상 4위로 순위가 굳어져 있었다. 전혀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주전 선수들은 경기 감각을 유지할 수준으로 출전시키고, 백업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줬다. 그리고 당장의 게임보다 플레이오프를 대비한 연습에 몰두했다. 6라운드에서 경험을 쌓은 백업 선수들이 플레이오프 경기에 잠깐 뛰더라도 기죽지 않고 활약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3차전만 봐도 신이슬이 백업으로 나와 3점슛을 터뜨리고 수비에서 제 역할을 해줬다.

6라운드 경기력만 보면 당연히 삼성생명의 완패를 예상하는 게 맞았지만, 삼성생명은 뒤에서 조용히 칼을 갈고 있었던 것이다. 임근배 감독도 "결과적으로 일찍 순위가 정해진 게 플레이오프 준비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WKBL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플레이오프 제도를 대폭 변경했다. 기존 3위까지만 진출권이 주어졌는데, 4위까지 진출시켰다. 기존에는 3위와 2위가 먼저 붙고, 승리팀이 1위를 만났다. 위에서 기다리는 1위팀은 지칠대로 지친 하위팀을 만나 여유있게 경기를 치렀다. 이게 흥행 부진 이유로 지목을 받았고, 1-4위와 2-3위가 맞붙는 토너먼트로 형식을 바꿨는데, 첫 시즌부터 이변이 나왔다. 정규리그 1위에 대한 어드밴티지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핑계댈 수는 없다. 제도 변경은 일찌감치 공지됐던 것이고, 이에 맞는 전술과 전략이 필요했다.

제도 변경 후 첫 시즌이었기에 감독들의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었다. 정규리그보다 플레이오프 성적에 더 비중을 두는 우리 프로스포츠 문화 특성상, 앞으로 감독들이 정규리그 후반 운영을 어떻게 해야할지 깊은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정규리그 우승팀에 대한 예우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우리은행은 박혜진과 김정은 두 주축 선수들의 릴레이 부상으로 위기를 맞이했지만, 그 역경을 이겨내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사실 객관적 전력과 힘겨운 리그 일정을 봤을 때 삼성생명의 이번 업셋보다 더 대단한 업적이다. 그런 우리은행의 선전이 플레이오프 경기 결과로 한 순간에 잊혀지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다. 정규리그가 진짜 실력 대결의 장이라면, 플레이오프는 시즌을 성대하게 마무리하는 일종의 이벤트 개념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한편, KB스타즈와 삼성생명의 챔피언결정전은 5판3선승제로 진행된다. 7일 1차전은 삼성생명의 홈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1위팀을 꺾으니, 1차전을 홈에서 치르는 어드밴티지까지 따라온 삼성생명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