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5배는 더 강하고, 무서웠다."
인천 신한은행 정상일 감독이 한 말이다. 그가 이렇게 평가한 대상은 청주 KB 스타즈의 간판 스타이자 한국 여자농구의 '국보 센터' 박지수였다. 직접 눈앞에서 보고, 또 철저히 당한 '피해자'의 진술이니 신뢰해도 좋다. 안 그래도 외국인 선수가 사라진 여자프로농구에서 막을 자 없던 박지수였다. 그런 박지수가 플레이오프(PO)에 돌입하자 또 달라졌다. 일시적으로 '버프'를 받아 모든 능력치가 수직상승한 듯한 게임 캐릭터처럼 진화했다.
박지수가 또 달라졌다. PO 단기전에서 새삼 그의 엄청난 능력치가 돋보인다. 박지수는 지난 2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KB국민은행 리브모바일 여자 프로농구' 4강 PO(3전 2선승제) 2차전에서 홈팀 신한은행을 상대로 무려 21득점-2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의 71대60 승리를 이끌었다. KB 스타즈는 이 활약 덕분에 가볍게 2연승을 거두고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했다.
물론 이날 KB 스타즈의 승리는 강아정(14득점) 심성영 최희진(이상 11득점) 등을 비롯한 모든 선수들의 고른 활약이 뒷받침 됐다. 하지만 박지수의 '슈퍼급 활약'은 다른 선수들의 알찬 활약을 무색케 할 정도로 돋보였다. 특히 박지수는 지난 1차전 때도 23득점-27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여자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PO 2경기 연속 '20-20' 달성의 희귀한 기록까지 달성했다.
박지수의 이런 모습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사실 박지수는 외국인 선수가 사라진 이번 시즌에 가장 주목받는 선수였다. 여자프로농구 최장신(1m96)을 단독으로 막을 수 있는 국내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때문에 박지수와 KB 스타즈를 상대하는 다른 팀들은 저마다의 묘안을 냈다. 트랩과 더블팀, 때로는 거친 몸싸움 등으로 '거인'을 지치게 만드는 작전이었다.
정규시즌 때는 이게 어느 정도 통하는 듯 했다. 박지수도 긴 시즌을 감안해 힘을 적절히 분배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때로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단기전 승부에 '마음 먹고' 나온 박지수는 전혀 다른 캐릭터였다. 흔히 말하는 '각성 모드'가 켜진 듯 상대의 도발을 압도적인 피지컬과 농구 센스로 무력화 시켰다. 정상일 감독이 "5배는 더 강하고 무서웠다"고 한 건 괜한 소리가 아니었다. 심지어 KB 스타즈를 이끄는 안덕수 감독 조차도 "PO 들어 각오가 남달라진 것 같다. 훈련 때부터 뭔가 아우라같은 게 느껴지고 있다"며 박지수의 '각성'에 대해 언급했다. '우승'을 향해 '진심모드'를 발동한 박지수를 과연 누가 막을 수 있을까. 챔피언전 파트너의 전략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