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최근 '레트로'가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패션 자동차 등 여러 분야에서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을 그리워하는 '레트로' 분위기가 퍼져있다. 하지만 방송, 특히 예능에서는 아직 그렇지 못한 모습이다. 꼭 레트로를 따라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예능들을 되돌아보는 일은 이 시점에서 꼭 필요해 보인다.
2004년부터 전파를 탄 MBC '느낌표'는 선한 영향력의 대표 예능이라고 할 수 있다. 김영희 PD를 '나는 가수다'를 만든 프로듀서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지만 김 PD는 공익예능의 선구자격이었다. 그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정지선을 지키는 일반인에게 '양심 냉장고'를 선물하는 '이경규가 간다'를 선보이며 예능도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경규가 간다'는 첫회부터 정지선을 지키는 장애인 부부가 등장해 감동을 선사하며 '공익예능'도 통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후 '이경규가 간다'는 여러가지 아이템으로 사회에 숨은 양심들을 찾아나가며 인기를 얻었다.
자신감을 얻은 김 PD는 아예 공익예능을 표방한 '느낌표'를 론칭했다.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는 전국 방방곡곡에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어 아직도 활용되고 있다. '신동엽의 하자하자'는 중고교 0교시 수업을 없애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눈을 떠요'를 통해서는 시각장애인 23명이 시각을 되찾았고 신동엽 이후에 투입된 '송은이 신정환의 하자하자'에서는 학생할인을 청소년 할인으로 바꾸는 역할을 해냈다.
이 프로그램들은 '선한 영향력' 뿐만 아니라 시청률 면에서도 대성공을 거뒀다. 한때 30%를 넘나드는 시청률로 '공익 예능' 전성시대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예능을 보면 과도하고 원초적인 욕망에만 집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 '먹방'이나 '쿡방' 그리고 부동산 등 의식주와 관련된 욕망채우기나 연예인 집소개 등 신변 잡기 관찰로 채워져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인기리에 방송중인 SBS '미운우리새끼', MBC '나혼자산다',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TV CHOSUN '아내의 맛' 등은 모두 연예인 관찰 예능이다. 이외에도 '구해줘 홈즈'처럼 부동산을 소재로한 예능, '편스토랑' 같은 '먹방' 예능이 주를 이루고 있다. 토크쇼나 버라이어티 역시 JTBC '아는 형님'이나 MBC '라디오스타' 등 예전부터 봐온 것 아니면 어디서 본 듯한 것이다. 아니면 인기에 기댄 천편일률적인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전부다.
때문에 방송가에선 전혀 새로운 예능이 없다면 예전으로 돌아가보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MBC '놀면 뭐하니'의 '2021 동거동락'이나 KBS2 'TV는 사랑을 싣고'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주는 예능이 인기가 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순간적인 웃음에 천착하는 예능이 대부분이다"라며 "'백종원의 골목식당'처럼 공익성 짙은 예능도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제작진들도 안전한 기획보다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보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