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구도 부산'에 봄 바람이 불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가 연습경기서 파죽의 6연승을 달리고 있다. 하지만 '거인의 4번 타자' 이대호(39)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스프링캠프 직전 롯데와 FA계약에 합의했던 이대호는 연습경기를 앞두고 펼쳐지는 훈련에서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출전 대신 벤치에서 후배들의 활약상을 지켜보고 있다.
이대호는 FA 계약 당시 '우승'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롯데의 이대호 활용법엔 물음표가 붙었다. 그동안 이대호가 롯데 부동의 4번 타자 노릇을 했으나, 에이징 커브에 진입한 최근 기량을 돌아보면 다른 활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기 때문. 지난해 1루 수비에 나서면서 내야 안정에 기여하기도 했지만, 롯데가 백업 내지 신예를 육성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시선도 컸다. 때문에 이대호의 역할은 공수에서 롯데가 대안을 찾기 전까지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돕는 백업 쪽에 맞춰질 것으로 보였다.
이에 대해 허 감독은 "아직 타순은 결정되지 않았다"며 "잘하면 4번이 아닐까. 지금은 4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대호가 비시즌 기간 몸을 잘 만들어 온 것 같다"며 나쁘지 않은 몸 상태에 주목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수비 활용 역시 "1주일에 2~3번 정도는 (1루수로) 수비에 나설 것"이라며 "지명 타자로 활용할 수 있지만, 컨디션이 괜찮을 때는 수비로도 나갈 것"이라고 했다.
허 감독은 그동안 이대호에 대한 큰 신뢰를 드러냈다. 공수에서의 존재감 뿐만 아니라 더그아웃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까지 수행하는 그의 존재감을 높게 샀다. 세월의 무게 속에 이대호의 기량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지만, 허 감독은 여전히 이대호가 팀내에서 가진 무게와 위치가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5강 진입'을 목표로 내건 허 감독은 이대호가 이런 도전의 중심에 서길 원하는 눈치다. 그러나 '이대호 이후의 롯데'를 둘러싼 우려의 시선을 걷어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만만치 않다.
결국 롯데가 연습경기서 지켜보고 있는 포지션 실험이 이대호의 활용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허문회 감독은 민병헌의 공백을 채울 중견수 자리에 나승엽 김재유 강로한을 실험하고 있다. 지난해 민병헌과 중견수 자리를 분담했던 정 훈은 1루수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까진 롯데가 중견수 경쟁 중인 세 명의 선수 중 한 명을 선택하고, 정 훈에게 1루수 자리를 맡기면서 이대호는 이병규와 함께 지명 타자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베테랑의 역할과 수비 안정에 중점을 두는 허 감독의 성향상 이대호가 1루 수비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지만, 중견수 경쟁자들이 주전 자리에 걸맞은 기량을 보여준다면 정 훈의 1루 활용 비중을 높이고 이대호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될 전망이다.
타순은 한동희의 성장이 열쇠가 될 듯 하다. 허 감독은 연습경기 기간 '차세대 거포' 한동희에게 4번 자리를 맡기고 있다. 지난해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던 한동희가 상승세를 바탕으로 올 시즌에도 타격감을 유지한다면 이대호를 4번 이외의 자리에서 활용하는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이럴 경우 이대호의 타순은 5~6번 연결고리 역할에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