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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모든 찬실이들에게 감사해"…강말금, 역대 최고령 청룡 신인상이 갖는 의미(인터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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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마흔 두 살에 안은 청룡영화상 신인상, 배우 강말금의 꿈에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았다.

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무역회사를 다니며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다가 서른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로 상경, 극단 생활을 시작한 늦깎이 배우 강말금. 이후 꾸준히 연극과 드라마, 단편 영화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배우의 길을 밟아가던 그는 지난해 3월 개봉해 독립영화계를 휩쓴 작품인 '찬실이는 복도 많지'(김초희 감독)를 통해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줬다.

강말금의 첫 스크린 주연작인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집도 없고, 남자도 없고, 일마저 뚝 끊겨버린 영화 프로듀서 찬실이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타이틀롤 역을 맡은 강말금은 찬실이 그 자체가 되어 영화에 따뜻하고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으며 관객은 물론 제41회 청룡영화상 심사위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청룡 심사위원들은 "힘 주지 않으면서 영화의 매력을 제대로 살렸다. 영화의 매력은 오직 강말금 그 자체에서 비롯됐다"며 극찬을 쏟아냈다.

청룡영화상 전 유수의 영화 시상식에서 이미 신인상을 휩쓸기도 했던 강말금은 최근 스포츠조선과 가진 인터뷰에서 "워낙 여러 영화상에서 트로피를 거머쥔 만큼 청룡 신인상 역시 예상하지 않았냐"는 짓궂은 질문에 "제가 받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생방송이니까 혹시 몰라서 수상소감을 준비하긴 했다"며 웃었다. 이어 "그치만 정말 받게 될 줄은 몰랐다. 청룡은 워낙에 선택을 다른 시상식과 다르게 하는 편 아닌가. 그리고 우리 영화는 작은 독립영화이니까 청룡 같은 큰 시상식이 과연 택해줄까 싶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강말금은 상은 자신이 받았지만,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위해 힘을 모아준 모든 사람들을 위한 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희 영화는 찬실이가 중심인 영화고 찬실이라는 인물 자체가 중요한 영화이기 때문에 정말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찬실이를 세워주기 위해 노력했다.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노력으로 완성된 찬실이기에 제가 대표로 상을 받는다는 게 조심스럽기도 하다. 이 영화는 저 강말금이 아니라, 찬실이가 받는 상, 찬실이를 만들어준 모든 사람들이 받는 상이라고 생각한다."

강말금의 수상 소식에 가장 기뻐했던 건 찬실이를 탄생시킨 김초희 감독이었다. 수상 후 바로 김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그는 "감독님이 정말 기뻐하셨다. 감독님께도 이 상은 제가 아니라 찬실이가 받는 상이다라고 말씀드렸더니, 감독님께서 '지금 내가 차기작 각본을 쓰고 있는데 덕분에 더 좋은 배우들이 캐스팅될 것 같다. 감독에게 그 보다 더 좋은 일이 있겠냐'고 말씀해주셨다"고 전했다.

가족들의 반응도 전했다. "엄마랑 언니가 정말 좋아하셨다. 제 앞에서는 아니었지만 엄마랑 언니는 제가 수상할 때는 우셨을 거다. 그리고 우리 외삼촌은 온 동네 친구분들에게 술을 사고 다닌다고 하더라.(웃음)"

청룡영화상 당일 강말금의 수상 만큼이나 화제를 모았던 건 그의 수트 패션이었다. 여배우들이 시상식에 으레 입는 드레스가 아닌 시크한 네이비 컬러의 수트 패션을 택한 강말금의 시상식룩은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시상식을 위해 드레스도 몇벌 입어봤다. 그런데 드레스를 입어 보고 나서 제가 드레스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나에게 딱 어울리고 제 마음에 드는 드레스가 없었다. 그때 우리 스타일리스트가 수트도 빌려놨으니 입어보겠냐고 물어서 입어봤더니 앞서 입어봤던 드레스보다 훨씬 나와 잘 어울렸다. 그리고 요새는 여성도 시상식에서 수트를 입어도 되는 시대가 아닌가. 청룡영화상이니 만큼 청룡에 맞는 블루 컬러를 택해봤다.(웃음)"

강말금에게 청룡 트로피를 안긴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그에게 있어 인생 터닝포인트였다. 강말금은 "영화 촬영을 한게 2018년도였는데 영화 촬영 전과 후, 그리고 개봉 전과 후가 모두 달라졌다"고 운을 뗐다.

"개봉 전과 후를 먼저 이야기 하자면, 확실히 '찬실이' 이후에 훨씬 일이 많아졌다. 더욱 많은 기회가 생겼고 더 다양한 캐릭터들을 할 수 있게 됐다. 그게 가장 기쁘다. 사실 저는 장르 영화에는 어울리지 않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찬실이와 만난 후에 배우 강말금 자체의 쓰임이 많아졌다. 촬영 전과 후의 달라진 점을 이야기 하자면, 확실히 더욱 의젓해진 느낌이다. '찬실이'를 촬영하기 전에는 가장 좋은 게 나에게 오지 않아서, 빨리 찾아오지 않아서 애닳기도 했다. 그런데 찬실이를 통해서 정말 배운 게 많다. 차분해질 수 있는 마음을 배우게 됐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가 개봉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 작품이 이토록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강말금. 그는 "분명히 좋은 작품이고 보신 분들은 좋아해주실거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 반응과 수상 성과를 예상하지 못했던 건 사실이다. 우리 영화 특유의 유머와 코미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각본과 연출을 맡으신 김초희 감독님 본인 자체가 정말 웃기다. 영화보다 더 웃긴 분이다"라며 "저는 늘 코미디 배우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코미디도 코미디 하나가 아니지 않나. 슬랩스틱 코미디도 있고 슬픈 코미디도 있고 블랙 코미디도 있고. 물론 쉽지 않기에 코미디 배우에 대한 마음의 벽이 점점 무너지고 있었는데 찬실이가 다시 다 잡아준 느낌이다"고 말했다.

늘 코미디 장르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코미디 배우를 꿈꿔왔다는 강말금은 올해 자신의 수상 만큼이나 코미디 영화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선배 라미란의 여우주연상 수상이 인상적이고 기뻤다고 전했다. "늘 라미란 선배님처럼 되고 싶었다. 그렇기에 선배님이 상을 받는데 어찌나 좋았는지 모른다. 라미란 선배님은 정말 대단하다. 코미디 영화로 상을 받은 게 선배님이 처음이시지만, 사실 이전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과 조연상을 받으셨던 '기생충'의 조여정 배우님과 이정은 배우님도 일정의 코미디적 캐릭터를 보여주신거라고 생각한다." 강말금은 마흔이 넘은 나이에 느지막이 받은 신인상이 자신에게는 더욱 값지다고 했다. "늦은 나이에 받았기에 이 상의 소중함을 더 잘 알게 된 것 같다. 상을 받은 후 나에게 문이 열린 기분이다. 하지만 이 문이 절대 쉽게 열리는 문이거나 누구나에게 열리는 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마움과 자신감을 잃지 않으면서 문에서 걸어나와 이제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나가려고 한다."

그리고는 자신처럼 뒤늦게 배우의 길을 걷거나 혹은 여전히 긴 무명 속에 지쳐있을 많은 배우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했다. "사실 저는 운이 좋았다. 이 세상에는 운 때가 맞아야 할 때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운은 결국 오게 되더라. 사실 저는 아직도 촬영 전 마음이 떨리고 촬영장도 무섭다. 하지만 내가 가야되는 길이기에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어느새 마음이 편해지곤 한다. 정말 많은 배우들이 카메라 앞이나 무대가 아닌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다른 일을 하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절대 좌절하지 말고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자기 자신을 믿고 올곧게 차근차근 걸어나갔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나를 바라봐주는 세상을 만날 때가 분명히 올거라 믿는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c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