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KBO리그에 또한번 강한 2번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해 38개의 홈런으로 2위에 올랐고, 올해 홈런왕에 도전하는 LG 트윈스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는 최근 시범경기서 2번으로 출전하고 있다. LG 류지현 감독이 데이터를 분석해서 생각한 라인업의 핵심이다.
하위 타선으로 시작해 2번 타자에 찬스가 많이 왔다는 게 류 감독이 라모스를 2번에 배치하는 이유다. 라모스가 4번이아 5번이 아닌 2번에서 치면 더 많은 타석이 찾아오고 더 많은 홈런도 칠 수 있다.
지난 25일 SSG 랜더스와 상대한 삼성 라이온즈의 라인업에도 2번에 낯선 인물이 적혀 있었다. 두산 베어스에서 FA로 이적한 오재일이 나선 것. 두산에서도 2번을 친 적이 없는데 삼성 허삼영 감독이 실험적인 라인업을 짰다. 오재일이 사이드암 투수에게 강했다는 점을 이용해 낸 타선. 허 감독은 "정규시즌에서도 쓸 수 있다"라고 했다.
작전 수행 능력이 좋은 발 빠른 교타자가 교과서적인 2번 타자로 알려져있지만 최근엔 장타자를 2번에 놓는 것이 유행이다. 잘치는 타자를 더 앞쪽에서 치면 더 많은 타석이 오고 팀 공격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시작된 것.
하지만 홈런타자로 중심 타자로 치던 선수가 2번 타자로 적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가 3년전 2번 타자로 준비했다가 결국은 실패한 사례가 있다.
KT 위즈 황재균이 지난해 2번에서 좋은 성적을 낸 것은 성공 사례라고 볼 수 있지만 황재균은 프로 초창기엔 발빠른 교타자였기에 2번이 생소하지는 않았다.
SSG의 추신수가 2번에 배치 된 것도 강한 2번으로 볼 수 있다. 추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주로 톱타자로 나섰지만 그의 장타력 등을 고려하면 KBO리그에선 중심타선에서 활약할 수 있는데도 SSG 김원형 감독은 그를 2번에 놓을 생각이다. SSG의 경우는 워낙 중심 타선이 좋고 추신수가 톱타자로 활약했기에 좋은 선택이라는 평가다. 3번 최 정-4번 제이미 로맥-5번 최주환으로 만들어진 중심타선이라 장타력을 갖춘데다 출루율까지 좋은 추신수가 2번에서 치는 것이 팀 공격에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라모스와 오재일이 진짜 정규시즌에서도 2번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까. 2021시즌 KBO리그의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