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오은영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가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암투병까지 인생사를 털어놨다.
30일 방송된 KBS2 예능 '옥탑방의 문제아들'(이하 '옥문아들')에서는 오은영이 출연해 재치있는 입담을 과시했다.
우리나라 '소아정신과 전문의 45호'로 명망이 높은 오은영은 의사를 결정하게된 계기에 "아버지가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아프셨다. 초기 위암이셨다. 그 당시 암 진단을 받으면 다 돌아가시는 거다"며 "수술 전 날에 오빠와 나를 부르셨다. '내일 아버지가 수술 받는데 너무 동요하지 마라. 위암이지만 초기 상태고 괜찮을 거다'라며 통장을 주셨다. 등록금이 모인 통장을 보여주시면서 '혹시나 무슨 일이 있어도 공부는 열심히 해라'라고 하셨다. 방에 들어왔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더라. 그렇게 간절하게 기도를 한 적이 없었다"고 당시의 일을 곱씹었다.
그는 "그때 '우리 아버지 건강을 회복 시켜주시면 열심히 공부해서 몸과 마음을 고쳐주는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아버지가 수술을 잘 하시고 지금 91세이시다. 건강하시다. 의사선생님이 잘해주신 것도 있지만 그 후로 의사가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특히 많은 의학 분야 중 정신과를 선택한 것에 오은영은 "의사 면허를 받고 인턴을 하는데 마취과에 배정이 됐다. 마취과는 출근을 하면 못나온다. 마취과를 경험하고 느낀게 나는 '마취과는 절대 못하겠다'라는 생각이었다. 나는 좀 나불나불 해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의과대학 캠퍼스 커플이었던 남편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오은영은 "학교가 10교시까지 있다.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있다 보니까 서로의 장 상태도 안다. 서로 끈끈하다. 전우애가 불탔다"며 "동기 중의 반은 동기나 선배와 결혼을 했다. 남편은 피부과 의사다. 내 피부 관리도 해준다. 땡겨도 준다. 남편이 해주는 것도 있고, 미용실 원장님이 예쁘게 화장 해주신 거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남편의 남다른 사랑을 느낀 경험에 오은영은 암투병을 떠올리기도 했다. 오은영은 "건강검진으로 초음파를 봤는데 담낭에 악성종양으로 보이는 혹이 보였다. 진료를 봤는데 '만약 악성이면 6개월 정도다'라고 하셨다"며 "남편한테 말했더니 부들부들 떨면서 통곡을 했다. 남편의 손을 잡으면서 '너무 고맙고 사랑했다. 19살, 20살에 만나서 이렇게 오랫동안 만나 아이낳고 살았다. 내가 가더라도 혹시 좋은 사람 있으면 괜찮다' 했더니 남편이 울더라. '무슨 소리를 하느냐'고 하더라"고 웃었다.
이어 "수술방을 걸어 들어가는데 오열을 했다.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이었는데 '우리 아들이 쟁반처럼 내 머리와 내 가슴에 꽉 찼다'고 했다. 아들의 이름을 외치면서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사랑해'라고 외치면서 수술방을 들어갔다. 그 짧은 시간에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크는 과정이 스치더라"며 감상에 젖었다.
다행스럽게도 담낭은 깨끗했다고. 오은영은 "대장암은 초기에 발견됐다. 수술을 잘 받고 회복했다. 그때 그 마음을 가지고 그 다음부터는 아들뿐 아니라 아이들한테 굉장히 너그러워졌다"고 전했다.
체벌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오은영은 "물리적 힘에 대한 두려움은 평생에 걸쳐 감정 상태에 영향이 간다. 부모한테 버림 받는 듯한 말은 언어적 폭력이다"고 충고했다.
오은영은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방송을 하면서 매를 수거하면서 다녔는데 1위가 효자손이다. 두 번째가 파리채다. 우산, 전기줄, 골프채도 있었다. 골프채 수거는 강력 반대를 하시더라. '렸다'기보다 겁을 준건데 그것도 체벌과 비슷한 공포다"고 말했다.
자신도 체벌을 받은 적이 있었다며 고백, "두 번 있다. 머리끈을 보물 상자에 넣어놨는데 집에 오니까 없더라. 엄마가 동네 아이에게 주신 거다. 저한테 안 물어보고, 그래서 내가 따박따박 따져 물었다. 어머니는 순하시다. 지켜보던 아버지가 '네 것이 어디있냐. 다 부모가 사준 거다'라고 하셨다. 결국 종아리를 맞았다"고 떠올렸다.
그는 "결혼할 때도 '아버지 죄송하지만 저는 물건이 아닙니다'라며 남편에게 아버지가 손을 넘겨주는 걸 반대했다. 그래서 저는 남편하고 손 잡고 들어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뭐라고' 싶긴 하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