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시즌 초반 순항 중인 삼성 라이온즈, 그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새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32)다.
매 경기 유니폼이 더러워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허슬 플레이어'다. 시즌 개막 2주를 갓 넘긴 상황에서 타격에 대한 평가를 하기엔 지표가 다소 부족한 게 사실. 그러나 땅볼 타구를 치고도 전력 질주를 선보이고, 외야 수비에서도 어려운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 펜스 충돌도 마다하지 않는다. 여전히 낯선 이방인이지만 삼성 팬들의 마음을 빠르게 사로잡고 있다.
가장 눈여겨 볼 만한 부분은 '스마트 주루'다. 지난 20일 대구 SSG 랜더스전 선제 타점이 좋은 예. 우중간 안타를 친 피렐라는 SSG 중견수 김강민이 평범한 타구라는 판단한 듯 별다른 전진 없이 포구하는 모습을 보자마자 속도를 올려 2루까지 파고들었다. 깜짝 놀란 SSG 야수진이 중계 플레이를 펼쳤으나, 피렐라는 멋진 슬라이딩으로 베이스를 밟았다. 팀이 1-6으로 뒤지고 있던 3회말에도 1루 주자로 나선 피렐라는 강민호의 2루타 때 전력질주해 홈까지 파고들면서 득점을 만들었다.
피렐라의 주루는 단순히 빠른 발만을 고집하는 게 아니다. 타구 속도나 상대 야수들의 움직임을 살핀 뒤, 빠른 판단을 내리고 속도를 올리는 식이다. 덩치는 크지만 빠른 판단력으로 상대의 허를 찌른다. 외국인 선수 제도 초창기 KBO리그에 진출했던 댄 로마이어(한화 이글스)와 흡사한 모습.
피렐라는 메이저리그에서 5시즌을 뛰면서 타율 2할5푼7리, 17홈런 82타점을 기록했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절인 2018년에는 146경기를 뛰며 109안타를 기록하는 등 풀타임 빅리거로 활약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NPB) 히로시마 카프에서 99경기 타율 2할6푼6리, 11홈런 3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23으로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삼성 유니폼을 입은 뒤 선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춤과 노래를 선보이며 마음을 사로잡은 친화력 뿐만 아니라 성실한 플레이까지 더해 우려를 걷어내고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피렐라를 두고 "외국인 타자들의 유형은 제각각이다. 피렐라는 기본기가 잘 갖춰진 선수"라며 "언제든 한 베이스를 더 갈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주고 있다. 그런 플레이가 우리 야수들에겐 큰 도움이 된다. 너무 잘 해주고 있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피렐라는 "모든 투수들을 만나 경기를 해본 게 아니기 때문에 아직 완벽하게 리그에 적응했다고 보긴 어렵다. 감사하게도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기에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지금까진 운이 좋아 홈런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겸손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항상 공격적인 도루와 수비로 상대팀을 강하게 압박하고 싶다"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숨기지 않았다.
피렐라는 발만 빠른 게 아니었다. 21일 SSG전에선 연타석포를 쏘아 올리며 팀의 10대0 대승을 이끌었다. 빨랫줄 같은 타구들이 잇달아 담장을 넘어가며 무시못할 파워를 입증했다.
올 시즌 삼성이 제대로 된 외국인 타자를 만난 듯 하다.
대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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