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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9천 번 넘게 타석에 서서 투수를 지켜봤던 레전드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KBO리그 통산 2,504 최다안타 기록을 가진 박용택이 카펜터를 보자마자 느낀 감정을 현역 타자들이 지금 똑같이 느끼고 있다.
한화 외국인 투수 카펜터의 까다로운 공을 상대한 타자들의 침묵이 깊어지고 있다. 평균자책점 1.69로 2위, 피안타율(0.183) 1위, 9이닝당 탈삼진(9.45개) 3위. 리그 최고 수준이다.
9경기에 나와 2승밖에 못 거둔 게 의아할 정도. 카펜터의 투구에 상대 타자도 고전했지만, 한화 타자들의 방망이도 덩달아 침묵한 탓이 크다.
22일 KT전에서 카펜터는 7회 2사까지 노히트 행진을 펼쳤다. 타자들도 모처럼 5점을 뽑아내며 카펜터에게 힘을 실어줬다. 유한준에게 첫 안타를 허용해 노히트는 깨졌지만, 카펜터는 흔들리지 않고 무실점으로 7회를 마무리했다.
지난 2월, 은퇴 후 해설위원으로 변신한 박용택이 봉중근, 김태균과 함께 대전구장을 방문해 스프링캠프 훈련 중인 한화 선수들을 관찰했다.
불펜 피칭을 시작한 카펜터의 모습을 본 박용택의 첫 마디는 "주키치 느낌 나네"였다. 타자로 상대할 때 그 느낌은 어떤 걸까? "우선 '좀' '약간' '벌써' '딱' 짜증 나는 스타일이다. 크로스로 서서 던지는 게 뭔가 (상대하기에) 깔끔하지가 않다." 박용택의 말을 그대로 옮겼다. 답답한 타자의 마음이 실감 났다. 함께 투구를 지켜보던 봉중근 역시 카펜터의 독특한 투구폼에 주목하며 박용택의 의견에 동감했다.
1루 쪽을 바라보며 투구하는 카펜터는 양발을 나란히 1루쪽으로 향해 서지 않고 오른발이 더 앞으로 나와 안쪽으로 30도 꺾인 상태로 투구를 시작한다. 11자가 아닌 크로스스탠스 투구폼이다. 어깨도 오른발에 맞춰 돌아가 있다. 공을 감추기에 훨씬 유리하고 공의 각도가 달라 타자들이 상대하기 까다롭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LG에서 활약한 주키치의 투구폼과 많이 닮았다.
카펜터의 올 시즌 연봉은 50만 달러다. 외국인 선수 중 최저 연봉이다. 미국 마이너리그 트리플A 통산 평균자책점 4.90, 메이저리그에서의 두 시즌 성적도 2승 8패 평균자책점 8.57로 좋지 않았다. 지난해 대만 프로야구 라쿠텐 몽키스에서 26경기, 10승 6패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했다. 돈 아끼려고 영입했다며 팬들이 오판할 만도 했다.
스프링캠프에서 박용택과 봉중근이 카펜터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릴 때 옆에 서 있던 김태균이 흐뭇한 표정으로 미소 짓고 있었다. 스페셜 어시스턴트로 친정팀 한화를 돕고 있는 김태균이 카펜터의 영입을 자신 있게 추천했기 때문이다.
박용택 봉중근 김태균, 세 해설위원이 카펜터의 성공을 예언했던 모습을 영상으로 확인해보자.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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