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5일 인천 랜더스필드.
롯데 자이언츠를 10대4로 꺾은 SSG 랜더스 선수단 더그아웃 앞에서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이날 생일을 맞은 김원형 감독(49)을 축하하기 위해 선수들이 깜짝 이벤트를 펼쳤다. 선수단과 승리 하이파이브를 마친 김 감독이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선수들이 케이크와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머쓱하면서도 웃음을 감추지 못하던 김 감독의 얼굴에 곧 케이크가 날아들고, 곧 웃음바다가 연출됐다.
6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김 감독이 '비화'를 공개했다. 김 감독은 "경기 전에도 (선수들이 내 생일이라는 점을) 대충은 알텐데 아무도 '축하한다'는 이야기를 안하더라. (한)유섬이만 소심하게 지나가면서 작은 목소리로 '축하드려요' 하고 말더라. 나도 속으로 '그래, 그냥 하루 지나가는 날이지' 생각했다. 전날 불미스런 일도 있고 해서 선수단 미팅 정도만 하고 경기를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갑자기 그런 이벤트를 해줬다. 아무 기척이 없어서 생각도 못했는데, 평생 잊지 못할 고마움을 선수들이 안겨줬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너무 고맙다는 생각이 드니까 스스로 '선수들에게 더 냉정하게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웃었다.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김 감독이지만, 카리스마는 대단하다. 현역 시절 '돌격대' 쌍방울을 거쳐 '비룡군단' SK 와이번스(현 SSG)까지 20년 간의 프로 생활을 하면서 KBO 통산 134승을 거둔 스타 출신인 그는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도 진중한 스타일로 선수들의 스승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때론 무뚝뚝함이 묻어날 정도지만, 대화를 풀어갈 때는 누구보다 적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내게 잘 못 다가온다. (오)태곤이는 내게 '감독님 조금만 언짢은 기색이면 주변에 아무도 못 간다'고 하더라, 이 자리가 그런 자리 아닌가 싶다"며 "내가 재밌는 스타일은 아니다. 이야기를 할수록 심각해지는 편이라 길게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김)태훈이나 (서)진용이 같이 어릴 때부터 봐온 선수들은 스스럼 없이 다가와준다. 그런 모습이 좋을 때도 있다"며 "선수들이 어제 같은 장면을 만들어줘 너무 감사하다"고 다시금 고마움을 표현했다.
고척=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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