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KBO리그 5년 차에 급히 떠난 외국인 투수 제이크 브리검(33)이 그동안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글로 남겼다.
브리검은 5일(이하 한국시각) 자신의 SNS에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지난 7월 12일 미국으로 떠난 이후 지금까지 있었던 일이 한글로 상세하게 담겨 있었다.
2017년부터 4년 간 키움 히어로즈에서 뛰었던 브리검은 지난 시즌 종료 후 계약을 맺지 못했지만, 4월 대체 외국인 선수로 다시 키움으로 복귀했다.
4년 간 43승을 거뒀던 브리검은 올 시즌 10경기에서 7승 3패 평균자책점 2.95로 활약했다. 그러나 7월 초 임신한 아내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미국으로 떠났고,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키움은 지난 4일 브리검과 합의 끝에 KBO에 임의탈퇴 공시를 했다.
브리검은 SNS에 자신이 왜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브리검은 "2021년은 남편이자 아버지이자 야구선수인 저에게 매우 힘든 한 해였습니다"고 운을 떼며 "연초에 대만에서 시작했고 또 2개월 후 한국으로 옮겨야 했습니다. 아내는 집에서 4번째 아이를 임신하면서 3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해외에서 뛰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있고 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해야했습니다"고 밝혔다.
브리검은 출국 배경에 대해 "7월 초 아내의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하여 앞으로 태어날 딸과 아내에게도 위험할 정도였습니다. 그 시점에서 저는 플로리다로 돌아가서 아내가 건강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간호하기로 결정했습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플로리다에 있는 동안 저는 매일 훈련했고 불펜과 시뮬레이션 게임을 던졌습니다. 또한 제 투구 진행 상황과 훈련 영상을 팀에게 보내왔었습니다"고 전했다.
악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집 문제까지 생겼다. 브리검은 "8월 15일에는 집에서 걷고 있었는데 발이 집 바닥을 뚫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간략하게 설명하면 살고있는 저희 집 바닥의 60%가 십각한 곰팡이 피해를 입어서 가족들이 그 집에서 지내기 위험할 정도로 심각하여 집에서 나가야 했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설상가상으로 부모님까지 코로나19 확진 판정까지 받았다. 브리검은 "제가 집에 있는 동안 부모님 두 분 모두 코로나에 걸리셨습니다. 저는 코로나 상황 때문에 곁에 있을 수 없었지만 아버지는 일주일 동안 병원에 있었고 매우 편찮으셨습니다. 아버지는 코로나로 인해 폐렴에 걸리셨고, 몸 내부에 출혈까지 생기셨습니다. 올해 연세가 75세이시기에 우리는 아버지가 회복하기 어려우실까봐 며칠 동안 두려웠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주에 아버지는 퇴원하시고 회복 중이며 매일 조금씩 힘을 얻고 있어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고 했다.
다행히 아이는 무사히 태어났다. 브리검은 "8월 31일 딸 레미(Remi)가 태어났습니다. 아내 테일러(Taylor)와 레미는 모두 건강합니다. 병원에 있는 동안 아내가 앞으로 2~3주 안에 신장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저희 가족에게 일어난 모든 일과 함께 2021시즌을 마치지 않기로 결정하게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라며 "실망을 안겨드린 팬분들과 동료들, 코치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고 사과했다.
브리검은 "동료들과 그라운드 위에서 함께하는 것이 그리울 것입니다. 팀원들은 지난 5년 동안 제 형제가 됐지만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우선시 해야하는 것은 제 가족들의 건강입니다. 남은 시즌 동안 팀원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며 2022년 다시 경기장에 복귀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5년 동안 보내주신 많은 성원과 사랑에 감사드린다"라고 인사를 남겼다.
한편 키움 홍원기 감독은 "(미국으로) 보낼 때 결정이 쉽지 않았다. 갔다온 뒤 보탬이 되길 바라면서 보냈는데, 개인사가 참 많았다. 뜻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에 나 역시 안타깝다"라며 "브리검이 야구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 일이 그 일(가족)인 만큼, (미국 잔류)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