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지난 1일, 전북-포항전이 끝난 전주월드컵경기장의 홈팀 라커룸. 승격팀 수원 FC와 비긴 뒤 이날은 0대1로 패한 터라 분위기가 상당히 좋지 않았다. 평소 운동장에서 행동으로 보여주던 '최고참' 최철순(34)이 후배들을 향해 오랜만에 수위 높은 쓴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선배들이 이 팀을 어렵게 여기까지 끌고 올라왔다. 느끼는 게 없냐. 운동장에서 싸워주지 않으면 예전의 그저그런 팀으로 돌아갈 수 있다. 밑에서 전전긍긍하는 것과 반짝이면서 주목받는 것은 많이 다르다. 돌아갈 수 없지 않냐. 집중하자.'
최철순은 7일 스포츠조선과 전화 인터뷰에서 당시를 돌아봤다. 최철순은 "한경기, 한경기 삐그덕 거리는 걸 보면서 예전 생각이 났다. 선수들이 경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고개를 숙이고 있더라. 분위기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계속해서 "(지난해 은퇴한)(이)동국이형이 생각날 때가 있다. 동국이형이 얘기를 하면 팀 분위기가 바뀔 때가 있었다. 저는 운동장에서 활발하게 해주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내가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한다고 느꼈다.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으니까"라고 했다.
전북은 2009년을 기점으로 '전북 왕조'를 구축하기 전, 최철순의 말을 빌리자면 '지방에 있는 그저그런 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철순은 2006년 전북에서 데뷔해 원클럽맨으로 활동하며 전북이 리딩클럽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최고참의 라커룸 토크는 반등의 트리거로 작용했다. 전북은 5일 FC 서울 원정에서 후반 추가시간 3분에 터진 홍정호의 '극장골'로 4대3 역전승을 거뒀다. 최철순은 언행일치를 실천했다. 오른쪽 측면수비수로 풀타임 뛰며 공수에 걸쳐 맹활약했다. 전반 30분 쿠니모토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하기도 했다.
최철순은 "말로만 하는 것보다 몸으로 보여주는 게 선수들에게 전달이 더 잘되지 않을까 싶었다. 저도 욕심이 없는 선수가 아니다. 오랜만에 내 위치에서 마음놓고 경기장을 뛰어봤다. 이 경기 뛰고 죽겠다,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3-3 팽팽하던 후반 40분 역습 상황에서 최철순의 진가가 나타났다. 모두가 지쳤을 시간대. 구스타보가 하프라인에서 공을 잡는 순간, 최철순은 오른쪽 라인을 타고 전력질주를 했다. 공을 건네받은 최철순은 그림같은 얼리 크로스로 문선민의 발리슛을 이끌어냈다.
"동국이형이면 그런 발리는 놓치지 않았을텐데…"라고 눙을 친 최철순은 "몸은 힘들었지만, 더 달려야 했다. 지기 싫어서 달렸다. 선수들이 경기 끝나고 '고맙다'고 해줬다. 우리 팀에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많다. 원팀으로 뭉치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전북은 서울전 승리로 14승8무5패 승점 50점을 기록, 선두 울산 현대(승점 54점)를 4점차로 추격했다. 경기수는 27경기로 같다. 오는 10일 오후 7시30분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현대가더비'를 앞둔 최철순은 "올해 울산에 크게 한 번 졌다. 이번엔 무조건 이겨야 한다. 경기에 출전한다면 투지면에서 울산에 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별명 '최투지'에 어울리는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