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때려 죽이고 싶을 정도로 비열한 보이스피싱 가해자 역할, 얻어맞는 저를 보며 대리만족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게 된 서준(변요한)이 빼앗긴 돈을 되찾기 위해 중국에 있는 본거지에 잠입, 보이스피싱 설계자 곽프로를 만나며 벌어지는 리얼범죄액션영화 '보이스'(김선·김곡 감독, 수필름 제작). 극중 곽프로 역을 맡은 김무열(39)이 14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악인전'의 액션, '침입자'의 미스터리, '정직한 후보'의 코미디 등 장르를 불문하고 캐릭터를 완벽히 자기 옷을 입은 듯 소화해내는 배우 김무열. 그가 올 추석 극장가를 겨냥해 개봉하는 영화 '보이스'를 통해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개성 강한 악역 캐릭터의 탄생을 예고한다.
'보이스'에서 김무열이 연기하는 곽프로는 보이스피싱 본거지, 일명 콜센터의 기획실 에이스. 피해자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공감을 무기로 피해자들을 쥐고 흔들며 수십, 수백 억을 갈취하는 무자비한 인물. 자신이 기획한 부산 공사현장 총력전으로 하루만에 수십 억 원의 수익을 올린 그는 이를 뛰어넘을 새로운 작전을 기획하던 중 콜센터로 잠입한 피해자 서준과 마주하게 된다.이날 김무열은 자신이 연기한 무자비한 악역인 곽프로에 대한 자신 조차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전 악역이든 무슨 역할이든 연기를 할 때 그 역할을 심경적으로 이해하고 공감을 하고 자기 합리화를 하려고 하는 편인데 이 영화에서 곽프로라는 인물은 넉넉하게 이해하려고 해도 겨우 겨우 이해가 갈 정도로 나쁜놈인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화를 나게 하는 공공의 적을 만들어가려고 했다. 저도 나름 정의로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서 저 조차도 밉고 때려 죽이고 싶은 마음을 극대화시켜서 연기하려 했다. 그렇다면 어떤 인간이 그런 인간일까 상상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는 곽프로라는 인물이 조금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저는 보이스피싱이라는게 우리 사회에 크게 퍼져있는 범죄라는 걸 인식을 잘 못하고 있었고 남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다"라며 "그런데 '보이스' 대본을 읽은 후에, 체크카드 한도액 상향을 하려고 제가 은행 창구에 가서 직원분과 직접 대면 할 일이 있었는데, 제가 이때다 싶어서 은행 직원분을 인터뷰 했었다. 그런데 체크카드 한도액 제한을 둔 것도 보이스피싱 때문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보이스피싱이라는게 정말 이 사회에서 심각하고 밀접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그때부터는 곽프로라는 인물이 조금씩 실체적으로 무시무시하게 다가오더라"고 덧붙였다.또한 그는 어머니 또한 피싱 문자를 받은 적이 있다면서 "저희 어머님도 저를 사칭한 톡을 받으셨다. 다행히도 제가 어머니께 용돈을 받지 않은지 오래되서 피해를 당하진 않으셨는데, 그때 피해를 다하지 않았는데도 너무 소름끼쳤다. 어머니도 그때 그 채팅방을 캡쳐해서 바로 저에게 보내셨다. 영화에도 보이스피싱 수법이 많이 나오니까 저의 아내(윤승아)를 비롯해 가족들에게도 진짜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하는 '보이스'를 촬영을 위해 실제 보이스피싱 사례를 조사하며 충격을 받았다는 그는 "제가 충격을 받았던 부분이 영화 준비를 하면서 실제 보이스피싱 사례를 받아서 보고 실제 오디오도 들어봤다. 그런데 요새 보이스피싱을 하는 사람들이 예전에 저희가 생각했던 희화화 됐던 그런 느낌이 전혀 아니더라. 정말 전문 분야에서 오랫동안 종사한 것 같은 목소리 톤과 단어를 사용하더라. 저는 보이스피싱이라는 걸 알고 들었는데도 진짜 같더라. 정말 놀랐다"고 전했다. 이어 "가장 마음이 아팠던 부분은 피해를 받았다는 사실도 마음이 아프지만, 작년 한해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이 1조 가까이 되는데, 수사 기관에서는 신고되지 않은 금액은 더 클 것이라고 하더라. 부끄럽고 자책하는 것 때문에 주변에 알리지 못하고 끙끙 앓는 분들이 많다고 하더라"라며 "이건 진짜 거대화된 범죄인 것 같다. 표적이 된다면 누구나 당할 수 있는 범죄인 것 같다"고 말을 더했다.이날 김무열은 극중 대립각을 세우며 가장 많은 연기 호흡을 맞췄던 변요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변요한 배우에게 가장 놀라고 많이 느꼈던 모습은, 상대방 배우에 대한 존중이다. 본인의 연기에 대한 혹은 직업으로서의 존중의 마음은 굉장히 중요한거라 생각한다. 상대 배우에 대한 존중의 마음이야 말로 본인의 일이 얼마나 자신에게 중요한지 대변해주는거라고 생각한다. 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요한이 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제가 연기를 할 때 요한이와 함께 하면 정말 소중한 일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래서 연기를 할 때 더욱 신나고 즐겁고 더 큰 성취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요새는 영화 현장에서 일주일에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직업으로서의 소명을 느끼기 쉽지 않은데, 배우는 머리로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으로 공감하는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요한 배우의 그런 존중의 마음이 저 또한 너무 도움이 됐다. 요한 배우가 연기를 잘한다는 건 이미 너무 입증이 된 부분이고 저는 그 존중의 마음이 정말 인상적이었다"라며 "요한이는 정말 칭찬을 잘 한다. 본인이 극 안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라는 것이 물리적으로 끌고 가는 양이 정말 많은데도 불구하고 촬영중에도 본인이 촬영하지 않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그렇게 진심으로 칭찬을 하고 감탄을 하더라. 정말 그러기 쉽지 않은데 그런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극찬했다.
'보이스'의 개봉을 하루 앞둔 김무열은 "어려운 시국에 극장가에 조금이라도 불어넣어줄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라고 소망을 전했다. 그리고는 "특히 제 캐릭터가 얄밉고 때려 죽이고 싶은 악역 캐릭터이기 때문에, 보이스피싱 피해를 겪으셨던 분들이 제가 요한이에게 얻어 맞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작게 나마 대리만족을 느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보이스'는 캐릭터 자체가 악역이라서 모두가 저를 미워하셨으면 좋겠다. 저를 통해서, 제가 겪는 일들을 통해서 대리만족이 되셨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크다"며 웃었다.
한편, '보이스'는 '무서운 이야기3'(2016), '무서운 이야기'(2012),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2011) 등을 연출한 김선·김곡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변요한, 김무열, 김희원, 박명훈, 이주영 등이 출연한다. 9월 15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