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윤시윤(35)이 '유미업'을 통해 '힐링'했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유 레이즈 미 업'(모지혜 극본, 김장한 연출, 이하 유미업)은 고개 숙인 30대 공시생 도용식(윤시윤)이 첫 사랑 이루(안희연)를 비뇨기과 주치의로 재회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인생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는 섹시 발랄 코미디 드라마다. 윤시윤은 발기부전을 겪는 용식으로 분해 코믹하지만, 자존감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윤시윤은 14일 오후 온라인을 통해 스포츠조선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코믹 속에 의미를 담은 '유미업'을 다시 짚었다. 윤시윤은 다소 민감하고 생소한 '발기부전' 소재에 대해 "'도전이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저는 의외로 망설임이 없었고, 장애물이 될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 드라마는 발기부전 환자와 함께 치유하는 이야기다. 재치있는 주제 아니냐. 그 파급력이 정말 해보고 싶게 만들었던 거 같다. 그래서 저뿐만 아니라 시청자 분들도 발기부전이란 소재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거나, 벽으로 느끼는 게 아니라, 흥미요소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더라. 그래서 다행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시윤이 연기한 용식은 극중 자존감이 떨어져 있는 설정 때문에 답답해 보이기도 했던 캐릭터. 윤시윤은 용식을 표현하며 느낀 점에 대해 "저는 제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 대해 공부하고 관찰하다 보니, 부끄럽게도 저는 너무 많은 사랑을 받고 누린 게 많은 복받은 존재라서 자존감이 높더라. 자존감이 낮은 분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내세우는 것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아서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는데, 저도 그런 부분에서 윤시윤이란 배우가 가진 에너지를 줄이는 게 필요했다. 감정의 폭을 절제하려 하고, 슬프거나 화나거나 억울하거나 이런 모든 것들을 절제하고 참으려는 것들을 통해 용식이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윤시윤은 용식을 통해 '힐링'하는 과정도 거쳤다고 했다. 그는 "감정을 소모하기보다는 이 친구가 자존감을 회복하고 극복하는 모습들을 보고 표현하고 보여주려 하면서 용식이가 자존감을 찾아가듯, 저 또한 용식이라는 캐릭터 안에서 힐링이 되면서 단단해지는 느낌, 행복해지는 느낌을 얻어서 반대로 즐거웠다"는 반응을 내놨다.
또 윤시윤은 '슬럼프 극복'을 위한 자신만의 방법도 공개했다. 50% 시청률을 육박했던 '제빵왕 김탁구' 이후 늘 평가의 대상으로 살아왔던 윤시윤은 매번 압박감을 이겨내는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어내는 중. 윤시윤은 "저는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이전에 '50%'라는 숫자로 먼저 알려졌다. '저 친구가 뭐하는 친구지? 연기를 어떻게 보여줬지?'보다는 그냥 신인이 주인공을 맡아서 50%가 넘는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저에게는 꼬리표처럼 '50% 배우가 다음엔 몇 퍼센트?'라는 것이 따라다녔다. 제가 일을 하면서 슬럼프를 이겨낸 것은, 결과물을 갖고 제 인생의 가치를 판단하려고 하면 굉장히 위험해지고 우울해진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배우로서 성공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싶고, 그 성공할 때만 성취감을 느끼는 것은 불행하고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결과에 대한 압박감과 그 안에서 떨어지는 자존감을 극복하기 위해 작은 도전 안에서 성취감을 얻어냈다"는 비법을 전했다.
매작품 하며 변화도 겪었다. 윤시윤은 "한 작품 한 작품 하면서 느낀 게, '주연 배우라고 해도 내가 관여할 수 있는 지분은 별로 없구나', '정말 함께하는 거구나'를 점점 느끼게 되는 거 같다. 신인 때는 '내가 내일 어떻게 할까'를 생각해봤다면, 이제 그 시간에 배우들과 연기에 더 집중하고, 그 연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생각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어떤 부분에서는 겸손을 조금씩 배워가는 거 같다. 배우로서의 저는 겸손을 조금씩 배워가는 거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정말 없구나. 좋은 연기를 위해서는 연합하고 연대해야 한다는 것을 점점 깨달았다"고 말했다.
특히 윤시윤은 '유미업'을 통해 멜로에 대한 자신감까지 얻어냈다. 그동안 장르물에서만 강점을 보이는 줄 알았던 자신이었지만, 안희연과의 협업이 새로운 길을 열어준 것. 윤시윤은 "저는 멜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었다. 멜로 드라마에 스코어가 좋게 나온 적이 없어서 자신감이 없었는데, 이번에 희연 씨와 해보며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또 '내가 연기적으로 내공이 생기고, 상대 배역의 연기를 마음적으로 받아들이는 연기적 역량이 생긴다면, 멜로를 재미있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희연 씨 덕분"이라며 "멜로는 상대의 감정, 언어에 집중하고 그에서 느껴지는 반응을 받아서 연기하는 과정인데, 사실 전 제것 하기도 부담되고 바쁘고 힘들었지만, 희연 씨가 가진 최대의 장점인 친근함으로 인해 관심도 갖고, 빠져들게 되면서 연기했다. '잘 나왔는지'에 대한 결과는 모르겠지만, 애착은 많이 갔다"고 밝혔다.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해낸 윤시윤은 앞으로도 자신이 가진 역량들을 발휘해나갈 예정이라고. 그는 "어떤 후배가 제게 '오빠는 콩쥐 역할'이라고 했었다. 재미있게도 제 모자란 부분, 부족한 부분들을 보면서 제게 정을 느껴주고 응원을 해주고, 또 그런 친구가 극복을 해나가는 모습들에 좋은 반응을 해주시더라. 오히려 제가 힘을 주고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려 했던 것보다 더 좋은 반응을 보여주셨다. 그런 게 연예인 윤시윤이란 친구의 모습인 거 같다. 예능에 나와서 빵 터지는 것도 아니고, 대단히 이슈가 되는 것도 아닌데, 응원해주시고, 연기에 대해서도 모자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격려를 해주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감사함을 느낀다"며 '연예인 윤시윤'으로서의 삶에 대해 돌아봤다.
윤시윤은 '유미업'을 마친 뒤 영화 '탄생'을 통해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를 연기할 예정이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