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올 시즌 그만큼 다사다난한 사령탑이 또 있을까.
SSG 랜더스 부임 첫해를 보내고 있는 김원형 감독(49)을 향한 시선이다. 지난 연말 그가 지휘봉을 잡을 때만 해도 SK 와이번스였던 팀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SSG로 이름이 바뀌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프런트-선수단의 노력으로 스프링캠프를 잘 마무리했으나, 시즌 초반부터 부상 악재가 팀을 덮쳤다. 가까스로 분위기를 수습해 중상위권까지 치고 올라갔으나. 외국인 투수 아티 르위키에 토종 원투펀치 박종훈과 문승원까지 선발 투수 세 명이 한꺼번에 이탈하는 대형 악재를 만났다. 모두가 SSG의 추락을 예감했다. 이럼에도 SSG는 여전히 가을야구 진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타선에선 베테랑-신예의 조화가 빛났다. 백업 자리에서도 필요할 때마다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줬다. 마운드에선 선발진 이탈을 불펜이 훌륭히 메워줬고, 대체 선발로 낙점된 선수들도 호투하며 무너질 수도 있던 팀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현재까지 SSG가 거둔 성적은 온갖 악재를 딛고 팀을 향해 헌신한 선수들이 일군 결과물이다. 상황에 개의치 않고 개개인에 신뢰를 아끼지 않은 김 감독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초보 감독 김원형'에 대한 시선은 반반이었다. 현역시절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 중 한 명으로 팀의 프렌차이즈 스타로 풍부한 경험을 쌓았고,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도 SK, 두산 등 이른바 '왕조'를 열었던 팀에서 얻은 노하우를 토대로 강한 팀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반면 코치 시절과 무게감이 다른 감독 자리, 특히 1년 만에 가을야구에서 밑바닥까지 급추락한 팀의 재건, SSG로 간판을 바꿔 달고 크게 높아진 기대감 등 다양한 숙제와 부담감을 이겨낼지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부임 첫해부터 숱한 변수를 겪으면서도 5할 승률을 넘나들며 중위권 싸움을 펼치고 있는 지금의 행보는 그를 향한 기대가 옳았음을 어느 정도 입증할 만하다.
현역 시절 수려한 외모로 '어린왕자'라는 별명을 얻은 김 감독이지만, 승부욕은 이런 별명이 무색할 정도다. 성공을 위한 준비와 확고한 철학은 코치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유지되고 있다. 때론 그가 강조하는 성공의 기준점이 다소 높아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높은 목표를 잡고 이를 이루기 위한 준비와 노력을 해야 결국 성공도 뒤따른다는 생각이다. 이런 마음가짐은 지금까지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었던 숨은 힘이다.
시즌 내내 고민을 안고 있었던 김 감독의 머릿속은 최근 더 복잡해졌다. 선발진 이탈 이후 오버페이스로 줄곧 달려왔던 마운드는 최근 피로감이 역력하다. 타선 또한 주전들의 잔부상 속에 완벽한 조합을 맞추는 날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살 떨리는 순위 싸움에서 1승이 아쉬운 상황. 매 경기 총력전은 당연하지만, 남은 일정을 고려한 치밀한 운영도 필수. 때문에 김 감독은 기회가 될 때마다 "냉정하게 팀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결과로 모든 것을 말하는 승부의 세계에서 감독 자리는 매 경기가 평가의 시간이다. '1승'이 걸린 오늘 뿐만 아니라 내일, 1년을 보고 팀을 이끌어야 한다. 시즌 막바지에 접어들수록 김 감독의 머리는 더 차가워지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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