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집이야, 카페야?'
옷을 사러갔는데, 푸릇푸릇 대나무가 먼저 반겨준다. 마치 비밀의 정원에 들어서는 듯한 대나무 길을 따라가다 보면, 넓은 정원이 나온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메종키츠네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제품 구경을 하려면 '먼 길'을 지나야 한다. 대나무로 장식된 입구로 이어지는 정원 바로 옆엔 카페가 자리잡고 있다. 매장의 넓은 창 밖으로 펼쳐지는 초록빛 향연은 바쁘게 돌아가는 도심 속 '일시정지'를 외치듯 고요하다. '도심 속 힐링'을 꿈 꾼다는 메종키츠네 측 설명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최근 문을 연 클린 뷰티 전문 편집숍 '레이블씨'도 마찬가지다. 상품 판매는 뒤로하고, 향과 색, 음악 등 다양한 오감체험을 통해 브랜드를 느낄 수 있도록 꾸며졌다.
▶매장만큼 넓은 정원, 플래그십 스토어에 커피마시러 간 김에 쇼핑까지
지난 2018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문을 연 메종키츠네 가로수길 플래그십 스토어는 '도심 속 쉼터'라 불리운다. 푸르른 나무들과 넓은 정원으로 꾸며져 잠시 앉아만 있어도 답답한 도시에서 벗어난 듯, 기분 좋은 일탈을 꿈꾸게 해주기 때문이다. 매장 내부도 우드와 아이보리의 벽체 등을 활용해 따뜻한 느낌이 들도록 조성돼 편히 쉬어갈 수 있도록 해준다.
건물 앞에 넓게 펼쳐진 정원은 음료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게 테이블 및 의자가 구석구석 놓여있다. 메종키츠네의 상징인 여우 조각상과 함께 공간을 돋보이게 해주는 조명까지 어우러져 독보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정원 옆에 위치한 지상 1~4층의 영업 공간에선 카페키츠네와 메종키츠네 판매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메종키츠네 플래그십 스토어의 지하 1층 창고 공간 및 영업 공간은 총 231㎡, 정원 면적은 198㎡에 달한다.
기존의 패션 플래그십 스토어가 제품 판매에 주력했던 것과는 달리, 카페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이곳은 일찍이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았다. 카페형 복합문화 공간을 콘셉트로 고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전략이 성공한 셈이다.
실제 15일 이른 시간에 매장을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여러 손님들이 음료를 테이크아웃 해 가거나 매장 내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에 따르면 9월 현재 일 평균 500명이 이곳을 찾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플래그십 스토어의 특성상 고객을 유입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상품만으로는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면서 "커피와 이색적인 디자인의 디저트, 자연을 주제로 한 공간 배치 등을 통해 메종키츠네에 대한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카페키츠네에서 판매 중인 여우 모양의 쿠키는 3500원, 여우 로고가 새겨진 빵과 커피는 각각 5000원, 7000원이다. 저렴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메종키츠네 로고인 여우 캐릭터의 디저트를 맛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다.
이처럼 메종키츠네 가로수길 플래그십 스토어는 단순히 패션 상품을 소개하는 매장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알리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메종키츠네는 프랑스 전자음악 듀오 다프트 펑크의 매니저였던 길다 로에크와 일본인 건축가 마사야 구로키가 2002년 음반사 공동 창업으로 시작됐다. 이후 카페를 혼합한 문화공간을 꾸준히 선보이며 메종키츠네만의 자유로운 감성을 강조하며 패션업계에서 입지를 굳혀왔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매장에서는 메종키츠네의 첫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키츠네뮤직의 음악을 틀고 있다"며 "세세한 부분까지 메종키츠네와 관련된 것들로 꾸미면서, 고객들로 하여금 '메종키츠네'라는 브랜드를 직·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패션의 뷰티 브랜드는 어떤 느낌? 레이블씨 매장에서 '오감 체험' 통해 브랜드 가치 각인시켜
메종키츠네 플래그십 스토어를 나와 잠시 길을 걷다 보면 은은한 향으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이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최근 오픈한 클린 뷰티 전문 편집숍 '레이블씨'다.
클린 뷰티란 사람과 환경을 생각하며 자연 친화적이고 피부에 순한 원료를 사용하는 제품을 말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멀티숍 비이커를 통해 레이블씨 사업을 전개해왔으나,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클린 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고려해 아예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랄라블라, 롭스 등 국내 H&B 브랜드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하는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매장 배치에서부터 '역발상'이 빛난다. 기존 뷰티 편집숍들은 매장 입구는 물론 길거리 매대까지 총동원해 제품을 하나라도 더 노출시키려고 힘쓰는 반면, 레이블씨는 오히려 제품 판매 공간을 최소화했다. 브랜드 정체성을 설명해줄 공간을 더 부각시키면서, 인스타그래머블한 인증샷까지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이재홍 레이블씨 팀장은 "오프라인은 고객들에게 브랜드의 콘셉트를 전달하는 중요한 채널"이라며 "매장의 인테리어와 제품의 진열 방식, 분위기 등을 통해 고객들에게 레이블씨가 추구하는 친환경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열게됐다"고 말했다.
레이블씨는 깨끗한(Clean) 아름다움을 표방하는 브랜드를 선벌(Label)해 소개한다는 뜻에서 비롯됐다. 오프라인 매장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친환경, 클린 뷰티 및 라이프스타일 감성을 전달하기 위해 고객들이 '오감'으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꾸몄다. 참나무 원목 등으로 꾸며진 큐레이션존을 통해 '도심 속 자연'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
매장을 직접 방문해보니 자극적이지 않은 향과 잔잔한 음악소리, 원목으로 이뤄진 인테리어 등을 통해 삼성물산 패션이 강조한 '오감을 이용한 제품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실제 제품 진열에 집중한 기존 화장품 매장과 달리 고객 체험을 강조하면서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 팀장은 "우리가 오프라인에 처음 선보인 클린 뷰티 전문 편집숍으로서, 휴식과 힐링을 중시하는 요즘 MZ세대의 취향과 자연스럽게 호흡할 수 있도록 최대한 고심했다"며 "앞으로도 공간을 통해 더 많은 고객이 차별화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