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25일 잠실구장.
한화 이글스 신인 투수 김기중(19)은 호세 로사도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오르기 전부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로사도 코치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김기중은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고개를 숙이더니 모자를 강하게 벗는 등 아쉬움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김기중의 모습을 지켜본 대다수의 시각은 '그럴 만하다'였다. 김기중은 이날 5회말 1사까지 노히트노런 투구를 펼치다 박세혁에게 첫 안타를 내줬고, 2사 1루에서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에게 적시타를 맞으면서 실점했다. 3-1로 앞선 가운데 계속된 2사 2루 박건우 타석 때 한화 벤치는 김기중의 교체를 결정했다. 투구수(79개)나 점수차 등을 고려하면 이른 교체였다.
최근 경기로 시각을 돌려도 마찬가지였다. 김기중은 지난 5일 대전 KIA전에선 4이닝 동안 81개의 공을 던진 뒤 팀이 4-3으로 앞선 시점에서 교체됐다. 11일 대전 삼성전에서도 87개의 공을 던지던 5회초 1사 1루, 4-3 리드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17일 고척 키움전에선 10-3으로 팀이 크게 앞서던 3회말 불과 47개의 공을 던지고 내려왔다. 4경기 중 3경기에서 승리 요건을 눈앞에 두고 내려왔다.
이에 대해 수베로 감독은 "관리라는 측면에서 이닝, 투구수도 고려 대상이었다. 투수 코치와 대화 때 1점을 준 상황에서 중심 타선에 걸린 부분에 대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1아웃을 잡으면 승리 투수가 될 수도 있었다. 올해 김기중이 보여준 최고의 피칭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하고 연속 안타를 맞는다면 마지막 결과 때문에 4⅔이닝까지의 결과가 지워질 수도 있다고 봤다. 승리할 수도 있었지만, 패전도 동시에 일어날 수 있었던 과정이다. 안전한 방법을 택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4~5월 시즌 초반이었다면 내리지 않았겠지만, 시즌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그런 리스크를 받아들일 가치가 떨어진다고 봤다. 두 가지 요소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수베로 감독은 김기중의 제스쳐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선수가 마무리 짓고 싶어 내려오기 싫은 감정에 대해선 좋게 생각한다. 하지만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선 김기중의 어제 모습은 아쉬웠다"며 "감독, 코치, 선수 간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게 있다. 본인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제스쳐를 보인 점은 잘못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수베로 감독은 "야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닌 팀 스포츠다. 분위기를 고려해야 한다. 어린 선수고 이제 커리어를 시작하는 선수다. 선을 지키는 차원에서 불러 메시지를 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어린 선수이니 상황을 이해 못할수도 있었다고 본다. 면담을 통해 지기 싫어하는 승부욕과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고자 하는 승부욕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잠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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