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KBO리그에서 통용되는 '용규놀이'라는 말이 있다. 타자가 거듭해서 파울을 치며 투구수를 늘려 투수를 괴롭히는 플레이를 가리킨다.
정작 이용규(키움히어로즈)는 "하다보니 그렇게 되는 거지 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니다. 나도 빨리 안타 치고 나가는 게 좋다"고 말한 바 있다.
올해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들 중 타석당 투구수에서 이용규는 4.23개로 전체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정은원(한화이글스) 최주환(SSG랜더스) 조용호 강백호(이상 KT위즈) 박해민(삼성라이온즈)가 이용규보다 앞섰다. 그 아래로는 정훈(롯데자이언츠)과 홍창기(LG트윈스)가 따라붙는다. 의도과 별개로 대체로 올시즌 좋은 활약을 보여준 선수들의 리스트임은 틀림없다.
선두싸움에 갈길바쁜 LG는 19~20일 키움에 2연패하며 기세가 꺾인 상황. 임찬규-켈리라는 팀내 최고 카드를 내고도 모두 패했다.
특히 에이스 중의 에이스인 켈리를 내세우고도 진 20일 경기는 승부 외적인 심리적 타격도 우려되는 경기. 천하의 켈리가 5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고, 6안타 4실점으로 부진했다. 특히 5회 3실점이 뼈아팠다. LG는 경기 종반 맹추격에도 불구하고 5대6 한점차로 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양 팀 감독이 주목한 순간은 득점이 나기전, 흐름을 바꾼 한순간이었다.
21일 키움전을 앞두고 만난 류지현 LG 감독은 "켈리가 (5회 선두타자)이지영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심리적으로 흔들렸다. 그때 많은 공을 던지면서 체력적으로 지쳤다고 한다"면서 "6회에는 올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당시 켈리가 이지영 한 명에게 소모한 공은 무려 11구. 이지영은 1구 스트라이크, 3구 헛스윙으로 순식간에 2스트라이크에 올렸지만, 이후 파울만 5개를 쳐내며 켈리를 압박한 끝에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결국 켈리는 변상권 예진원에게 연속 안타, 김혜성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3실점한 뒤 교체됐다. 투구수는 89구였지만, 더이상 경기에 나설 수 없을 만큼 지쳤다는 부연설명이 눈에 띈다.
홍원기 키움 감독 역시 이지영의 타석을 언급했다. 홍 감독은 선발 포수로 타격감이 좋은 이지영 대신 김재현을 낸 이유에 대해 "선발 정찬헌이 지난 삼성전에서 김재현과 좋은 결과를 냈다. 그 전에 이지영과 두번의 결과는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변화를 주기 위한 선택이 들어맞은 만큼, 당분간 이를 유지하겠다는 설명이다.
홍 감독은 "이지영이 어제 안타는 없었지만, 5회 켈리를 정말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그 플레이가 선수들에게 (승리를 향한)강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 같다"고 칭찬하며 "오늘도 중요한 순간엔 이지영이 대타로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잠실=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