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시애틀 매리너스 제리 디포토 단장은 이달 초 기쿠치 유세이(30)가 옵션을 포기한다고 통보해 오자 적잖이 당황했다고 한다.
기구치와 시애틀은 2018년 12월 포스팅을 통해 3년 4300만달러에 계약하면서 두 가지 옵션을 걸었다. 하나는 구단이 3년 계약이 끝나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 6600만달러 옵션을 시행할 수 있다는 것, 또 하나는 그게 안되면 기쿠치가 2022년 1300만달러 선수 옵션을 갖는다는 것이었다.
이번에 시애틀이 구단 옵션을 포기하자 기쿠치도 선수 옵션을 포기했다. 다시 말해 기쿠치는 내년 연봉 1300만달러(약 155억원)를 뿌리치고 시장으로 뛰쳐나간 것이다.
기쿠치는 올해 29경기에서 157이닝을 던져 7승9패, 평균자책점 4.41을 기록했다. 누가 봐도 썩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다. 내년 1300만달러를 받고 좀더 업그레이드된 성적을 낸 뒤 대박을 노려도 될 것을 과감하게 FA 시장을 노크했다. 에이전트가 스캇 보라스다.
보라스는 지난 12일(한국시각) 메이저리그 단장 모임 행사에 참석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투수 시장은 항상 특별하다. 최근 2년간 2이닝 밖에 안 던진 신더가드가 퀄리파잉 오퍼를 받았다. 시애틀에는 젊고 유능한 투수들이 많다. 투수 수요가 큰 구단이 아니다"면서 "올스타 투수를 원하지 않는 팀이 얼마나 되겠나. 여러 팀들이 문의를 해오고 있다. 97마일을 던지는 좌완투수가 얼마나 될 것 같나. 기쿠치가 후반기에 부진했던 건 피로 누적 때문"이라며 기쿠치 홍보에 열을 올렸다.
기쿠치가 전반기 맹활약하며 올스타에 뽑힌 뒤 후반기 부진에 빠진 건 피로 때문이지 기량 쇠퇴는 아니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리고 여러 팀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진짜일 수도 있고, 연막일 수도 있다.
보라스에 따르면 기쿠치의 구위는 메이저리그 진출 후 매년 성장세를 밟았다. 2019년부터 평균자책점이 5.46→5.17→4.41, 페어볼 피안타율도 0.310→0.306→0.289로 좋아졌다. 직구 스피드는 92.5→95.0→95.2마일, 분당 회전률은 2096→2172→2213회로 역시 증가했다.
그러나 나쁜 지표도 수두룩하다. 올해 허용한 타구 평균 속도가 91.9마일로 리그에서 가장 강했다. 볼넷과 탈삼진 비율은 2.63으로 빅리그 입성 후 최고치를 찍었다. 평균자책점이 전반기 3.48에서 후반기 5.98로 치솟아 스태미나 문제도 드러냈다.
스캇 서비스 시애틀 감독은 시즌 직후 "기쿠치는 시즌 시작했을 때와 달리 후반기 전혀 예상치 못한 피칭을 했다. 조정이 필요하다. 팀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유력 언론들의 전망도 어둡다. 각종 FA 랭킹에서 중하위권에 처졌다. 팬그래프스 FA 랭킹에서는 50위로 1년 800만달러 계약이 예상됐다. 해당 랭킹에서 김광현은 35위, 2년 2000만달러로 평가받았다.
ESPN은 33위에 2년 2100만달러를 예상했으나, 시장이 뜻대로 돌아가지 않을 경우 1년 계약을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CBS스포츠에선 43위에 올랐고, SI에서는 50위에도 끼지 못했다. 김광현의 SI 랭킹은 38위다. MLB.com의 FA 좌완 선발 순위에서도 제외됐다.
기쿠치와 같은 중하위 FA에 대한 수요는 12월 중순 윈터 미팅이 끝나봐야 윤곽이 나온다. 게다가 이번 겨울엔 노사단체협상까지 맞물려 있어 수요를 장담할 수 없다.
보라스는 무조건 3년 이상 다년계약을 추진할 것이다. 평균 연봉은 최소 1300만달러는 돼야 FA를 선언한 보람이 있다. 보라스의 오판일까, 근거있는 자신감일까. FA 개장 후 벌써 3주가 지났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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