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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한 비판, 친구와 이별…그래도 "FA는 최고의 권리" [SC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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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기대가 큰 만큼 비판도 당연하죠."

정수빈(32·두산 베어스)는 2020년 시즌을 마치고 두산과 6년 총액 56억원에 계약을 했다. 빠른 발과 과감한 판단력을 앞세운 리그 최고의 수비력을 갖추고 있어 외야 중심을 잡아주길 기대했다.

FA 첫 해. 좋았던 대우만큼이나 무거워진 어깨로 시즌을 맞이했지만,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빠졌다. 결국 전반기 47경기 출장에 그치며 타율 2할2리의 기록을 남겼다.

정수빈의 타격감은 후반기부터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9월 이후 52경기에서 타율 2할9푼7리를 기록하면서 제 몫을 하기도 시작했고, 가을야구에서는 상대의 점수를 지우는 호수비를 잇달아 선보이면서 '정.가.영(정수빈은 가을의 영웅)'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2월 3일부터 시작되는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개인 훈련을 하고 있는 정수빈은 "지난해 초반에는 컨디션이 많이 좋지 않았다. 부상도 있었고, 너무 못했다"라며 "올해는 초반부터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돌아봤다.

전반기 부진이 길어지면서 비판의 시선도 이어졌다. 정수빈은 "나에게 거는 기대가 큰 만큼 못 했을 때 비판도 많이 받는 게 당연했다. 받아들여야 한다"라며 "그래도 잘하면 언제든 다시 좋게 봐주시지 않나"라고 했다.

부진 탈출은 마음의 변화에서 이뤄졌다. 정수빈은 "사실 부담이 컸다. '이렇게 좋은 계약을 하고도 못하면 욕도 많이 먹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후반기에 내려놓으려 했다. 생각을 바구니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라며 "스스로 인정하는 게 중요했다. 못하면 '못했다'고 받아들였다. 부담을 느끼면 더 안되는 것 같으니 못해도 오히려 더 대담하게 뛰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람마다 잘하는 때가 있는 거 같다. 나는 컨디션이 후반기에 올라오는 거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정수빈의 후반기 반등은 두산의 '가을 미러클'을 다시 한 번 깨웠다. 두산은 정규시즌을 4위로 마치면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포스트시즌을 맞았지만,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정수빈은 "'미러클'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지만, 지난 시즌은 진짜 미러클이었다. 시준 중후반까지 7,8위였는데 마지막 한 두달 남을 상황에서 치고 올라갔다. 4위로 마무리했는데도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간 건 정말 기적이었다"라며 "큰 경기 경험이 많다 보니 좀 더 쉽게 경기를 풀어간 거 같다. 선수들끼리 '올해는 못 하려나'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한국시리즈까지 갔다"고 웃었다.

전반기 부진으로 FA 무게감을 느낀 정수빈은 시즌 종료 후에는 FA의 '현실'을 한 번 더 느꼈다. 1990년생 동갑내기 절친 박건우가 FA 자격을 얻은 뒤 NC 다이노스와 6년 총액 100억원에 계약했다.

정수빈은 "다음 시즌에는 (박)건우가 없다. 건우가 우리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정말 컸다"라며 "건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FA는 선수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권리이지 않나. 남고 싶은 마음이 컸더라도 인생에 한 번뿐일지도 모르는 FA다. 좋은 대우를 받고 간 만큼 응원해 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책임감도 더욱 커졌다. 정수빈은 "좋은 선수가 또 한 명 빠져 나가서 우리 팀에 대한 평가도 박해지겠지만 항상 이겨내왔다"라며 "사실 갈수록 힘들어졌던 것 같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힘들지 모른다. 하지만 (김)재환이 형이 다시 계약했다. 건우의 빈자리를 어떻게 메우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부담은 이제부터 커질 것 같다. 20대 중반에는 형들이 있었기에 잘 몰랐지만 이제는 나와 (허)경민이만 보더라도 당시 선배들과 비슷한 나이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정수빈은 "여전히 아프지 않고 풀타임 시즌을 뛰는 게 목표다. 꾸준히 팀에 도움되는 선수가 돼야 한다. '3할을 치겠다'와 같은 수치적인 목표보다, 경기 안에서 '이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을 하고 뛰려면 아프지 않고 풀타임을 뛰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