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NBA 트리오, 또 하나의 역사 만들다!'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16회 연속 FIBA(국제농구연맹) 월드컵에 진출하게 됐다. 한국은 13일(이하 한국시각)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란코 제라비카 스포츠홀에서 열린 2022 FIBA 여자농구 월드컵 최종예선 A조 브라질전에서 막판까지 접전을 펼친 끝에 76대74로 승리했다. 이어 열린 세르비아와 호주전에서 세르비아가 승리, 한국은 남은 호주전 결과와 상관없이 오는 9월 호주에서 열리는 월드컵 진출권을 따냈다. 지난 1964년 칠레 대회부터 시작해 58년간 16회 연속 진출이라는 진기록을 쓴 것이다.
특히 이번 대회부터는 본선 출전 쿼터가 16개국에서 12개국으로 다시 줄어든데다, 대륙별 예선이 아닌 이번 최종 예선처럼 전세계 상위 랭커들이 한데 모여 경쟁을 펼쳐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그 가치는 더 클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또 하나 의미있는 점은 브라질전 승리가 WNBA(미국 여자 프로농구) 전현직 트리오가 합작한 결과라는 것이다. 정선민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 그리고 KB스타즈의 정규리그 우승을 합작한 박지수, 강이슬 듀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우선 탈 아시아급 선수로 평가를 받았던 정 감독은 한국 여자농구 선수 중 처음으로 지난 2003년 WNBA에 진출, 시애틀 스톰에서 한 시즌을 뛰었다. 당시 17경기에서 교체 출전하는데 그쳤지만, 이미 국내 무대에서 정상을 찍은 스타의 새로운 도전은 그 자체로도 신선했고 의미가 있었다.
정 감독에 뒤를 이어 박지수는 역대 2번째로 WNBA에 2018년 진출, 지난해까지 3시즌을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에서 뛰고 있다. 아직 주전으로 발돋음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세계 정상의 선수들과 직접 부대끼며 기량을 닦고 있다. 박지수는 올 시즌 2번의 트리플 더블을 기록한데 이어, 이날 브라질전에서도 20득점-13리바운드-11블록이라는 엄청난 대기록도 세웠다. 브라질이 백전 노장 에리카 데 수오자와 신예 카밀라 실바 등 박지수보다 신장이 큰 두 선수를 번갈아 혹은 동시에 기용하며 박지수를 압박했지만, 11개의 블록슛에서 보듯 박지수가 혼자서 이들을 압도하며 기세를 꺾었다. 경기 후 박지수가 "마치 교통사고를 당한 듯 목과 허리가 아프다"고 웃을 정도로 힘든 매치업이었지만, 4쿼터 초반 4파울로 파울 트러블에 걸린 이후에도 끝까지 코트에 남아 있을 정도로 노련함까지 갖추며 확실히 한단계 더 성장했음을 보여줬다.
국내 리그를 마친 후 워싱턴 미스틱스의 훈련 캠프에 참가, 역대 3번째 WNBA 입성을 노리는 강이슬도 확실한 존재감을 입증했다. 앞선 세르비아전에서 지독한 슛 부진에 시달렸던 강이슬은 이날 작심을 한듯 내외곽을 휘저으며 3점슛 5개를 포함, 21득점으로 두 팀 선수 중 최다 득점을 올렸다. 특히 1점차로 쫓긴 경기 종료 19초를 남기고 회심의 3점포를 꽂아넣는 강심장으로 한국의 승리를 지켜낸 것은 압권이었다. 다만 종료 1초 전 무리한 파울로 상대에게 3개의 자유투를 허용한 것은 옥에 티가 됐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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